평소에 든 생각

집단은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있을까요 | 영화 어 퓨 굿 맨 A Few Good Men

RayShines 2024. 5.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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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퓨 굿 맨 A Few Good Men 이라는 유명한 영화가 있죠. 1992년 로브 라이너 감독, 탐 크루즈와 잭 니콜슨, 데미 무어가 출연하는 군사 법정 영화입니다. 그리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고민할 거리가 많은 영화입니다.

 

어 퓨 굿 맨의 각본은 애런 소킨이 썼고 원래를 연극 대본이었다고 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기도 합니다. 제목인 A Few Good Men 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좋은 사람이 있기는 한데 많지는 않다 정도겠지요. 몇 안 되는 좋은 사람들, 그렇다면 영화에서는 누가 좋은 사람일까요.

 

영화 속에서 탐 크루즈는 대니얼 캐피라는 인물로 나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법무관 정도일까요, 그리고 아버지가 법무부 장관을 지낸 사람이고 캐피 자신도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으니 금수저가 확실합니다. 그런데 캐피는 재판까지 가지 않고 미리 형량을 합의해서 사건을 종결해 버리는 것이 특기입니다.

 

탐 크루즈의 상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잭 니콜슨은 네이선 제셉, 관타나모 기지의 사령관으로 나옵니다. 제셉은 국가를 수호한다는 자부심이 넘치는 인물이며, 매우 강력한 권력을 가진 사람인 동시에 매우 권위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개인과 집단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 하는 질문입니다.

제셉은  전체를 위해서라면 개인은 희생될 수 있으며, 가끔은 희생되어야 마땅한다는 전체주의적 시각을 상징합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제셉의 법정 장면을 모두들 기억하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매우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참고로 잭 니콜슨은 이 영화를 찍을 때 500만 달러의 출연료를 받았는데 잭 니콜슨이 촬영에 임한 일수가 열흘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죠, 하루에 50만 달러를 번 셈이죠. 그래서 샘 와인버그로 분한 케빈 폴락이 잭 니콜슨에게 하루에 50만 달러씩 벌면 어떤 기분이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하네요. 그 법정씬에서 제셉은 캐피에게 말합니다. “우리는 벽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살아가며, 그 벽은 무장한 군인들에 의해서 지켜지고 있다. 누가 그 벽을 지킬 건가? 자네들은 그 벽을 내가 지키길 원하고, 그 벽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필요해. (…) 내가 제공한 자유라는 담요 안에서 깨고 잠드는 너에게 내가 내 임무를 설명할 이유 따위는 없네.”

 

"Son, we live in a world that has walls. And those walls have to be guarded by men with guns. Who’s going to do it? You?… You don’t want the truth because deep down in places you don’t talk about at parties, you want me on that wall. You need me on that wall. We use words like honor, code, loyalty. We use these words as the backbone to a life spent defending something. You use ’em as a punch line. I have neither the time nor the inclination to explain myself to a man who rises and sleeps under the blanket of the very freedom that I provide, and then questions the manner in which I provide it. I would rather you just said ‘thank you’ and went on your way. Otherwise I suggest you pick up a weapon and stand a post. Either way, I don’t give a damn what you think you are entitled to."

 

영화에서 희생당한 개인은 제셉의 표현으로는 실격(substandard)인 군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제셉은 그에 대한 가혹행위를 지시했고, 그 과정 중에 그 군인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원래 법정이 어떻게 생긴 지 제대로  본 경험도 없던 캐피는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이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지고 결국은 제셉이 법정에서 본인의 입으로 가혹행위를 지시했다는 것을 시인하게 하죠.

 

 

 

영화를 보고 나면 좋은 사람은 탐 크루즈 측인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관타나모 해군기지의 모든 군인들은 신조, 명예, 충성(Code, Honor, Loyalty)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전체를 위해서라면, 그리고 국가를 위해서라면, 최전선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개인은 당연히 희생되어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과 국가에 자유, 평화, 번영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영화 상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인의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상부의 명령에 따라 가혹행위를 한 군인들을 변호하는 제셉과 동료들은 그것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몇몇 좋은 사람들(A few good men)입니다.

 

애론 소킨은 비교적 명확하게 좋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표현했다고 봐야겠습니다. 사회는 개인들이 모인 뒤, 그 전체를 운영할 수 있는 누군가를 선출하고, 그들에게 권한을 이양하겠다는 일종의 계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는 개인이 없으면 애시당초 존재할 수 없었던 것이고, 그 사회를 운영하는 정부, 그 사회를 지키기 위해 조직화된 폭력을 제공하는 경찰과 군대 역시 개인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개인이 더 중요한 존재이며, 전체를 위해서 개인을 희생시키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셉에게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개인이 모여 사회가 구성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제 사회의 규모는 너무 커졌기 때문에 개개인의 모든 욕망과 사정을 세세하게 조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전체적인 질서, 적절한 자원 배분, 사회라는 구조 자체의 존속과 보호를 위해서는 각 개인의 양보와 배려, 그리고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개인들이 전체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개인의 결정은 제한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개인이 전체에 피해를 미치는 정도를 정량화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들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처럼 관타나모 해군기지는 미국과 쿠바의 접경 지역이며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타나모에서 마이애미까지의 거리가 834km에 불과하니 매우 가까운 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전선에서는 당연히 일사불란한 명령체계와 강인한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요구될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곳을 지킬 수 없겠지요. 그리고 그곳을 지킬 수 없다면 매우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큰 피해가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최전선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개인에 대한 집단의 처분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영화에서 희생된 군인은 전출을 요구합니다. 개인을 생각하면 전출 명령을 내리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한편 최전선 근무를 원해서 하는 군인들의 숫자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 번 전출이 받아들여지면 많은 병사들이 전출 신청을 할 것이고 최전선은 무너질 것이며 그 피해는 시민들에게 광범위한 방식으로 발생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 옳은 것일까요.

 

집단은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없지만, 개인의 희생 없이 집단은 유지될 수 없습니다. 둘 사이의 균형은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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