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물질은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하지만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우리에게 영원한 행복을 약속해주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마치 더 좋은 물질을 취득하기 위해 사는 것처럼 인생을 살기도 합니다.
더 많은 돈은 벌어서, 더 좋은 차를 사고, 더 큰 집을 사고, 더 반짝 거리는 것을 사면 우리의 인생이 훨씬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보다 더 소중할지도 모르는 것들을 포기하면서까지 돈을 벌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건강을 돌보지 않고, 가족들과의 시간을 줄이면서까지 돈을 버는 것 자체에 몰두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오랜 시간을 돈을 벌기 위해 앞만 보며 달려 나가다 보면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돈이 모이기도 할 테고, 어떤 경우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만족스러운 수준의 물질을 모으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주변을 돌아보게 되고, 그때 자신에게 물질 외의 것들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허망함과 허탈감을 느끼게 되기 쉽겠지요.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늘 현실과 이상 사이를 떠다닙니다.
누구나 물질은 좋은 것이지만 우리에게 영원한 행복을 허락하진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누구나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관계가 우리의 행복을 어느 정도 보장해 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물질을 위해서 기꺼이 관계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머리로는 무엇이 더 중요한지 잘 알고 있지만 우리의 충동이나 본능은 장기적인 그 무엇보다는 단기적인 그 무엇을 좇으라고 우리의 등을 떠밉니다.
사람마다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그런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굳이 행복 설정점 Happiness set point 라고 부르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각 개인마다 행, 불행을 느끼는 일종의 내부적 온도계를 가지고 있고, 그 온도계의 0점이 조정되어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온도계와의 차이점은 온도계는 기온에 따라서 수동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행, 불행은 늘 0점으로 회귀하려는 매우 강력한 경향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아주 불행한 상황이 닥쳐서 그 온도계가 영하 100도까지 내려갔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0도를 향해 올라갑니다. 너무나 행복한 일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세월이 흐르면 그 일을 까맣게 있고 영상 100도의 온도는 곧 0점이 됩니다. 인간은 매우 약하기도 하지만 매우 회복력이 강한 존재임에 여기서 다시 한번 증명됩니다. 인간은 자기가 원래 가지고 있던 디폴트 값으로 회귀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며, 행복과 불행에 대한 감각도 마찬가지여서 각 개인마다 상이하게 세팅된 0점으로 달려가려는 경향이 매우 높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불행에 처한 인간을 구원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끝없이 행복을 위한 수단과 도구들을 찾아 나서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불행은 바닥을 알 수 없는 곳까지 떨어지지 않고, 우리가 느끼는 행복 역시 무한대로 향상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물질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물질이 반드시 필요하며, 2010년 앵거스 디컨과 대니얼 카너먼은 연소득 75,000달러가 돈과 행복의 관계를 결정짓는 물질적 경계선임을 밝혀냈습니다. 1달러는 1300원으로 환산하면 97,500,000원 정도의 돈입니다. 그리고 매년 4%의 인플레이션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현재 168,000,000원 정도는 되어야 하는 돈이므로 매우 큰돈임에 분명하고 저 정도의 소득을 올리면 누구라도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돈이기도 합니다. 연 75,000달러, 원화로 연 9750만 원이라는 수치의 의미는 이 지점까지는 연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행복도 따라 증가하는 구간이라는 뜻이며 그 이후부터는 돈과 행복이 서로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 액수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인간에게는 물질이 반드시 필요하며, 어떤 지점까지는 물질은 행복을 어느 정도 좌우한다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돈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하지는 않다는 것 역시 이 수치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합리적 결론입니다.
행복을 위해서 무엇을 포기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우리 각자는 각자의 설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사소한 것으로도 행복감을 느끼고, 어떤 사람들은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도 공허하고 불행하다고 느낍니다. 이 설정점을 쉽게 바뀌지 않아서 미디어에서 말하듯 마음만 바꾸면 모든 것이 바꾼다는 말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이 설정점은 어쩌면 혈당 조절 지점처럼 생물학적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우리에게 물질이 중요하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며, 물질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의 목록에서 중 건강과 관계는 제외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행복을 위한 길이라는 사실입니다. 즐거움은 찰나이며 행복은 지나가지만 행복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는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참고 문헌 :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로버트 윌딩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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