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내 곁에서 내 일상을 유지시켜주는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세요.

RayShines 2024. 6.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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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일상이고, 그런 일상을 지탱하는 것은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것들입니다.

 

어릴 때는 내가 뭔가 대단한 일을 할 줄 알았습니다. 매일 똑같은 양복을 입고 똑같은 넥타이를 매고 똑같은 직장에 나가는 일상을 반복하는 일 따위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며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어른들을 깔보기도 했습니다. 난 저런 삶을 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아마도 저 어른들은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지 않아서 저런 결과를 얻은 것이라고 폄하하기도 했습니다. 그땐 그 어른들이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던 것이지요.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어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생기는 결과를 책임지고 감당하며 살게 되면 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리고 밖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인생에는 훨씬 더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아주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삶에 있어서 평범한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아무도 모르는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것이 훨씬 더 평범한 것에 속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의문스러울 정도로 이상한 일들에 대해 끝없이 대처해나가야 합니다. 페달을 굴리지 않으면 넘어지는 자전거, 그리고 물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서 물을 계속 퍼내야 하는 배처럼, 현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뭔가를 끝없이 이를 악물고 하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네 일상이 그렇습니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이 있습니다. 숨만 쉬어도 녹아버리는 그런 돈들이지요. 그 정도의 돈이 없으면 우리의 삶을 유지되지 못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돈을 벌어야 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인 것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유지하기 장작을 계속해서 난로 앞으로 던져 넣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그 장작을 패 와서 계속해서 나라는 난로 속에 던져 넣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지요. 다른 어른들도 다 그렇게 사니까 우리 집의 어른들도 그렇게 하는 줄로만 알았고, 누구나 하니까 쉬워 보였던 것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며칠 지나지 않아서 바로 깨닫게 됐습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고, 집안 어른들과 관련된 일들을 챙기고 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을 유지시킵니다. 향상시키는커녕 그저 유지시킵니다. 그런데 그렇게 그냥 유지하는 것에도 엄청난 노력과 시간과 열정과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왜 더 좋아지지 않을까 의문을 품을 일이 아니라 어떻게 이게 더 나빠지지 않지라는 자문을 하는 게 더 옳을 정도로 말입니다.

 

우리의 일상은 너저분합니다. 소소하고 사소하고 하찮고 번거롭고 귀찮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것, 자주 환기를 하는 것, 아플 때 병원에 가는 것, 명절과 기념일을 챙기는 것,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고, 나의 노후에도 대비하는 것… 이런 것들은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지 않아?”라는 말을 하게 만들 정도로 매일매일 끝없이 챙겨도 내일 또 끝없이 새롭게 발생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일상의 하찮아 보이는 일들의 중요성을 자꾸 폄하하고 과소평가하며, 그런 사소한 임무들을 수행하고 있는 우리 자신과 우리의 가까운 사람들의 공로 역시 자꾸 무시합니다. 누구나 다 하는 일이라는 이유 만으로 말입니다.

 

우리의 일상이 유지되는 것은 우리가 일상을 유지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며, 가까운 누군가가 그것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음식을 챙기고,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집안을 정리해서 쓰레기를 버리는 것들이 아무리 아무나 다 하는 일들이라고 해도, 그것에는 많은 노력이 들어가고 아무리 해도 표가 나지 않는 그런 일들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들이며 만약 우리가 이런 임무들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면 이거밖에 못하냐며 타박할 게 아니라 나의 일상을 유지시키는 위대한 일을 하고 있음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해야만 합니다. 그것을 하는 주체가 나 자신이라면 나 자신을 칭찬할 필요도 있습니다. 나 자신도 분명 노력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우리 곁에서 우리의 삶을 지켜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그들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들을 기꺼이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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