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왜 신경을 쓰다, 관심을 기울이다가 pay attention일까요? | 관심 | 주의력 | 집중력

RayShines 2024. 6. 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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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엔가 주의를 기울일 때 신경을 “쓴다”고 표현합니다. 영어로는 “pay attention”, 즉 주의(attention)를 지불(pay)한다고 표현합니다.

 

살다 보면 우리의 신경을 쓰이게 하는 일들이 많죠. 전세 만기, 대출금, 부모님의 건강, 아이들의 교육, 노후 준비,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이 모든 것들을 생업을 하면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일 자체가 우리의 신경을 엄청나게 소모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일에도 계속해서 신경을 “쓰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네이버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쓰다”의 쓰임 중 “어떤 일에 마음이나 관심을 기울이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쓰다”에는 “힘이나 노력 따위를 들이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시간이나 돈을 들이다”는 뜻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쓰다는 것은 뭔가를 소모한다는 뜻이고 영어로는 아마 spend 정도로 번역되면 적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영어로 “신경을 쓰다, 주의를 기울이다”를 표현할 때는 “pay attention”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물론 영어의 pay에도 여러 뜻이 있긴 합니다만, 옥스퍼드 사전에 처음으로 나오는 뜻은 역시 “지불하다” 정도의 의미입니다. 왜 attention을 pay한다고 표현했을까요?

 

 

 

그 이유는 우리의 주의력이 그 양이 매우 한정되어 있는 희소한 자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뭔가에 의식적으로 주의를 집중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흘러나가는 의식의 흐름의 수로에 빠르게 댐을 세은 뒤, 그렇게 모인 주의력을 한 곳으로 억지로 밀어 넣어야 합니다. 이 과정 자체가 매우 많은 인지적 자원을 소모하는 일이며, 산소와 영양분도 많이 소모할 것임에 분명합니다. 2010년 매튜 킬링스워스와 대니얼 길버트는 대략 5,000명의 피험자의 아이폰으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지금 하는 일이 아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일과 시간의 50% 정도에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집중하지 못합니다. 우리의 주의력을 어디론가 계속 흘러나가려고만 하지 한 곳에 고여있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 사용자 400명의 스마트폰 스크린을 5초에 한 번씩 캡처해서 얼마나 자주 새로운 스크린이 뜨는지 조사했습니다. 사용자들은 평균 20초마다 한 번씩 새로운 스크린을 띄웠으며, 한 가지 활동에 20분 이상 시간을 쓰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그리고 한 연구에서 직장인들이 한 가지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은 평균 3분 5초에 불과했으며, 한 가지 기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시간은 평균 2분 11초였습니다. 그리고 방해받기 전의 업무로 돌아간 뒤 이전의 집중력 수준을 찾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23분 15초였습니다. 이런 일련의 연구들은 우리의 집중력이 얼마나 희소한 자원인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돈, 에너지, 열정 등 희소한 자원을 우리는 쓰거나 소모합니다. 여기에 주의력, 집중력, 그리고 관심도 추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돈을 지불하듯이, 관심도 지불하는 것이라는 뜻이지요. 뭔가에 우리의 인지적 자원을 쏟아부을 때 우리는 비싼 물건을 사기 위해 돈을 쓰듯, 우리의 관심을 쓴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누군가에게 의식적으로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아주 대단한 일입니다.

위의 연구에서 보듯 우리는 하루 일과 중 절반 정도는 눈앞에 있는 것과는 무관한 생각을 합니다. 우리의 생각은 배회하고 방황합니다. 이런 우리의 정신줄을 잡고, 누군가를 떠올린 뒤 그 사람이 끼니는 거르지 않았는지 안부를 묻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누군가 우리에게 관심들 가져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어찌 보면 정말 감사해야 하는 일이겠지요.

 

누군가에게 가끔 안부를 묻고 연락을 하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것을 아주 잘하는 사람들이 있고, 어떤 사람들은 전혀 못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안부는 늘 묻는 사람만 묻고, 묻지 않는 사람들은 전혀 묻지 않기도 하지요.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바쁜 삶을 삽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삶 속에서 내가 삶을 살아나간다는 느낌이 아니라 삶에 종속되어 끌려간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하루가 지나가는 일이 태반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한가하거나 여유가 넘치거나 할 일 없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 그 누군가를 생각해 주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들은 숨 막히는 삶 속에서 잠깐 심호흡을 하며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명단을 마음속으로 훑어보는 따뜻한 이들일 수도 있지요. 우리들도 그런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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