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낙관적, 긍정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삶에 무조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너무 과도한 것은 좋지 않을 수 있고, 낙관과 긍정 역시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 문화는 낙관적 사고방식, 긍정적 태도에 매우 높은 가치를 부여합니다.
유튜브를 보면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면 큰돈을 벌 수 없다고 하면서 아무리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봐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미국의 경우 주식 시장이 그렇고,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이 그렇습니다. 장기적으로 우상향 하는 시장임을 역사가 증명했으니 우리가 할 일은 아무리 자산 가치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오른다에 베팅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 말이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장기 시계열로 보면 시장은 우상향 합니다. 하지만 미국 주식 시장을 봐도 30% 이상 주가가 떨어지는 일이 드물지 않게 발생합니다. 그리고 만약 2000년 경에 자산을 S&P500에 몰빵 했다면 본전을 회복하는 데 대략 8년 정도가 걸립니다. 그런데 본전을 찾은 뒤 2008년 리먼 사태를 맞으며 다시 자산가격은 하락해서 거의 반토막이 나고, 2013년이 되어서야 다시 본전을 회복합니다. 물론 그 이후로는 꾸준히 오르긴 합니다만, 2019년에는 코로나라는 복병이 기다리고 있지요. 2008년도에 포트폴리오가 미국 주식에 집중되어 있던 사람이라면 거의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마음고생을 해야 했을 것입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오르고 있고, 15년이라는 기간 동안 꾸준히 추가 매수를 해서 평단을 낮추었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당장 큰돈이 필요한 사람이었거나, 아니면 은퇴를 한 노인이었다면 15년이라는 시간은 매우 긴 시간이었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자산이 회복하는 것을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있었을 수도 있지요.
건강 문제에 있어서도 낙관과 긍정은 양날의 검입니다.
나아지고자 하는 의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은 우리에게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검사 결과가 나쁠 것이라는 걱정을 하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오히려 병을 악화시킬 수도 있고, 그러면서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고, 그것이 가족들과의 관계를 나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니까요. 문제가 있을 때 무조건 최악의 결과를 떠올리는 것은 우리의 기분을 저조하게 만들고,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좋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사태를 무조건 좋게만 보는 것은 좋기만 할까요?
무조건적 긍정, 나에게는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낙관적 태도는 한 인간으로 하여금 위험한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게 만들고, 건강을 돌보지 않게 만들기도 합니다. 나는 절대 다치지 않을 것이고 나에게는 안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위험한 스포츠를 하다가 생명을 잃는 사람들을 숫자는 꽤 많습니다. 1981년 이후 윙수트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400명 이상이라고 하고, 단순 계산으로 500번의 점프 당 1명이 사망한다고 합니다. 이 정도의 사망률이라면 긍정적 태도를 가져선 안 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너무 달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만 먹으면서 거의 움직이지는 않는 생활 습관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과한 술과 담배도 마찬가지이지요. 하지만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안다며 술, 담배를 하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서도 운동은 하지 않고, 설마 별 일이 있겠냐는 무분별한 낙관을 가지는 사람들이 이런 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에 비해 적당히 걱정을 하며, 병에 걸릴 것에 대한 불안감도 어느 정도 느끼는 사람들이 이런 병에 덜 걸리겠죠.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는 나쁜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인지적 편향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거의 모든 부문에서 최소한 평균 정도는 될 것이라는 편향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인간의 편향이 인간을 꽤 높은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꽤나 많을 것임을 우리는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낙관과 긍정은 좋은 것임에 분명합니다.
매일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것보다는 밝은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더 좋겠죠. 그렇지만 무조건적 낙관, 무분별한 긍정, 근거 없는 자신감은 우리에게 나쁠 수도 있습니다. 이것들 보다 더 좋은 것은 현실적인 낙관, 분별 있는 긍정, 근거에 기반한 자신감입니다. 내가 가진 조건과 처한 상황을 있는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그에 맞추어 현실적으로 낙관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분별력을 갖고 긍정적 태도를 가진 뒤, 근거를 찾았다면 자신감을 갖고 문제에 대응하며 세상을 살아나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낙관과 긍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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