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운드 오프 프리덤(Sound of Freedom)의 감상기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아래는 사운드 오프 프리덤의 IMDB 링크입니다.
https://www.imdb.com/title/tt7599146/?ref_=fn_al_tt_1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소아성애, 인신매매를 다루고 있는 무거운 영화입니다. 주인공인 짐 카비젤은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로 유명한 배우입니다. 깊은 눈빛이 참 좋은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실화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영화의 주요 인물인 티모시 밸러드는 미국 국토안보부(Homeland Security)의 특수요원으로, 주로 아동성애자를 체포하는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 초반에 아동성애자를 검거한 뒤, 수집한 증거를 살펴본 뒤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그의 동료가 그에게 “아동성애자들을 몇 명이나 잡았느냐”고 묻자 그는 “288명”이라고 말합니다. 뒤이어 동료가 “그럼 아이들은 몇 명이나 구했느냐”고 묻자 그는 “아이들은 대부분 미국 외의 나라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가 국토안보부에서 일한다는 것은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만 관여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전까지 그는 인신매매의 피해자가 된 아이들을 구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친구의 이 질문이 그의 질서를 흔들어 놓습니다. 그리고 그는 체포한 소아성애자를 포섭하여 남자아이 한 명을 구합니다. 그 아이와 버거를 먹으며 아이에게 자신의 이름이 티모테이(Timotei)라고 말합니다. 마침 그 아이는 성 티모테이의 목걸이를 걸고 걸고 있었고, 그 목걸이는 자신과 함께 납치된 누나가 그에게 준 것이지요. 그리고 그는 그의 누나인 로시오를 구하겠다고 마음먹습니다.
상사에게 찾아간 그는 이 일이 자신의 영혼을 갈가리 찢어놓고 있다(This job tears you to pieces)고 고백하며, 이번 일이 부서진 자신의 영혼을 되돌릴 유일한 기회(this is my one chance to put those pieces back together)라고 합니다. 소아성애자들은 꼭 기록들 남기나 봅니다. 그가 소아성애자의 뒤를 쫓으며 목도한 많은 증거들 - 사진, 동영상 - 은 그의 영혼에 깊은 상처를 남겼던 것 같고, 그것이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를 검거한 소아성애자의 숫자에만 집착하게 만들고, 실제로 어디에선가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은 외면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상사의 묵인 하에 로시오를 찾기 위해 남미로 갑니다. 그는 자기 자신이 소아성애자인 척하며 작은 섬을 빌려 파티를 벌이겠다고 하고, 로시오를 납치한 일당들에게 아이들을 50~60명 데려다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일망타진하지요. 괴물들에게서 벗어난 아이들은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며 노래를 부릅니다. 구슬프기도 하고 흥겹기도 한 그 노래를 듣고 그의 동료가 “자유의 소리 Sound of Freedom”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구한 아이들 중 로시오는 없습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로시오를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그는 반군의 리더가 로시오를 데려간 것을 알게 되고 너무나 위험해 아무도 가지 않는 그곳으로 찾아갑니다. 그는 UN 소속 의사로 위장한 뒤 숲 속 깊이 위치한 반군의 본거지로 잠입하여 반군 지도자를 죽이고 로시오를 구해냅니다.
사운도 오브 프리덤은 상당히 무거운 영화입니다. 중간에 한두 번 정도 조금 웃을 수 있는 장면도 있긴 하지만 주인공인 짐 카비젤은 시종일관 긴장해 있어 보는 사람에게도 그것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또한 너무나 무거운 분위기가 영화 자체가 주는 재미를 훼손시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도 약점이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이렇게 이야기 구조 자체가 단선적이라면 템포나 리듬을 잘 구성해야 지루하지 않을 텐데, 영화 전반적으로 톤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느낌이 들고 극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반군 지도자와 맞닥뜨리는 씬에서도 그간 너무 긴장을 한 채 달려와서인지 이렇다 할 긴장감도, 그렇다고 후련함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주인공과 반군 지도자 사이의 충돌을 로시오의 시각에서 연출하며 로시오가 눈을 감았을 때는 그냥 암전 된 화면을 띄우는 것은 아이들의 관점에서 상황을 보자는 의미일 수 있을 것 같고, 중간중간 보여지는 액션씬도 매우 절제된 편이라서 클라이맥스에서라도 악인들에 대한 단죄를 원한 관객이었다면 실망스러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한 것으로 보이지만, 영화라는 장르로서의 즐거움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영화화하기 딱 좋은 극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너무 단순하고 단조로운 영화가 나온 것은 아닌가 아쉽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현실이 영화보다 훨씬 더 끔찍하고 처참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원한 액션을 원하는 분들이라면 실망하실 수 있겠지만, 분노를 억누르며 차가운 시선으로 주인공을 따라가듯 지켜보실 분들이라면 추천드립니다.
'평소에 든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이리치의 커버넌트 감상기 | 후기 | Guy Ritchie's The Covenant | 제이크 질렌할 (334) | 2024.08.13 |
---|---|
SNS는 내가 유의미하다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요? (276) | 2024.08.01 |
아이들에게 기계적 칭찬을 하는 것, 모든 아이들이 상을 받는 것이 과연 좋은 엇일까요? (348) | 2024.07.18 |
영화 "세 자매" 후기 | 문소리 | 김선영 | 장윤주 | 감상기 (394) | 2024.07.16 |
영화 카운슬러 The Counselor | 리들리 스캇 | 코맥 맥카시 | 후기 | 감상기 | 거장의 범작 (386) | 2024.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