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SNS는 내가 유의미하다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요?

RayShines 2024. 8.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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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인간이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내가 하는 일, 혹은 나 자신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지는 걸 겁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는 아무리 사소한 것도 의미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해주는 SNS라는 것이 있지요. 실제 의미가 있는지와는 무관하게 의미 있는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해주는 마법의 도구입니다.

 

 


인간은 항상 의미를 찾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의미가 있는 것이면 좋겠고, 나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어서 어떤 목적을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으며, 나의 죽음에도 의미가 있어서 그냥 무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것이 그다음 세계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집니다. 인간은 그저 쌓인 눈이 녹아 흙이 드러난 대지에서 의미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하늘에 무작위로 놓인 별의 나열 방식에 의미와 이야기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무작위 사건의 축적일지도 모르는 주식 시장의 차트를 보고 거기서 의미를 추출해 내고 그것으로 큰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즉 인간은 어디에서나 의미를 찾고자 하고, 의미를 찾지 못하면 견디지 못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단순한 반복 작업을 하는 것에 큰 회의를 느낍니다. 돈을 벌고, 그것으로 먹고살며 생존하는 것은 위대한 일임에 분명하지만, 어떤 물건을 들어 올려서 30cm 떨어진 곳에 내려놓는 작업을 하루에 수천 번씩 해야 한다면 거기서 어떤 의미를 찾기란 너무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 일을 평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훨씬 더 괴로운 생각이 들 것이고, 내 인생의 의미는 그 일에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임이 분명하죠.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관심과 애정과 사랑을 받을 때 내 스스로 의미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물론 나 자신의 의미를 찾는 방법이 오직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 스스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거나, 어떤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거나, 세상을 바꾸는 일에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거나, 아니면 누군가를 사랑하며 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에서 의미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내 자신과 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은 아마 셀 수 없이 많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가장 쉬운 것이 누군가로부터 “넌 정말 의미 있는 존재야”라는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듣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 표현이 바로 관심, 애정, 사랑일 것이고요.

 

 

 

SNS는 의미 있는 존재이고자 하는 우리의 욕구를 매우 간단하게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도구입니다.

게다가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추상적인 관심과 사랑 대신 수치로 구체화되고 계량화된 관심의 정도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좋아요의 숫자, 하트의 개수, 팔로워의 수 등은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갖고 있고, 나에게 애정을 보여주고 있는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너저분하고 하찮은 우리의 일상은 전시하지 않고 내 스스로 돋보일 수 있고, 혹은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것들만 큐레이팅할 수 있는 자유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큐레이팅이 사람들의 호응을 얻으면 설령 그 큐레이팅이 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도 되지 않더라도, 혹은 거짓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관심과 유의미의 욕구는 충족이 됩니다.

 

 

 

관객들은 그저 소소한 것들에 쉽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소소한 일상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은 소소한 일상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내 삶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각한 이후의 것인 동시에, 자신의 소소함에만 국한됩니다. 사람마다 소소함은 다른 것이고,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그 사람의 소소함은 소소함일 수도 있으나 누군가에게는 궁상으로 보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는 비루함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내 소소함은 나에게만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지요. 물론 타인의 소소함까지 수용해 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정말 좋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겠지요.

 

 

 

그래서 SNS에서는 유의미를 가장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기 쉽습니다.

물질적인 것을 과시하기 위해, 행복을 자랑하기 위해, 우정을 뽐내기 위해, 성취를 드러내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편집하고, 시간적 순서를 뒤바꾸고, 매우 중요하지만 궁색해 보이는 것들은 모두 들어냅니다. 그렇게 내 삶의 편집본을 만들어서 게시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기다립니다. 그러면 내 삶이 의미 있어질 것이라 기대를 갖고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정말 나의 삶은 지금 여기 내가 서있는 곳에 있고, 내 삶에는 좋은 것도 있지만 나쁜 것도 잔뜩 덕지덕지 붙어 있으며, 그 둘은 서로 너무 엉겨 붙어 있어서 좋은 것만 보여주려 나쁜 것을 도려내면 내 삶에 있어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들마저 모두 한꺼번에 사라져 버림을 말입니다.

 

우리에게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은 중요합니다. 그것이 불특정 다수의 그것이라도 하더라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내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나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정체성을 잃으면 의미도 함께 사라지니까요. 거짓 정체성을 내세우며 관심을 끄는 것이 과연 나의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지 고민을 해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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