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성형수술을 받은 배우와 아이돌은 비난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 인간의 본질은 어디 있는가

RayShines 2024. 10. 8. 00:00
반응형

우리는 성형 수술을 한 사람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그 사람의 본질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터넷에는 유명한 가수나 배우들의 성형 전후 사진들이 많이 돌아다닙니다.

그리고는 그 사람의 외모가 크게 변화된 것을 보고는 실망을 하기도 하고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죠. 마치 현재의 그 사람은 진짜 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라는 듯이 말입니다. 다시 말해 그 사람의 본질은 변화하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이고, 그 사람의 본질은 성형 수술을 받기 전의 외형에 있다고 믿는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사물의 본질이 외형이 있는가, 기능이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동시에 어떤 사람의 본질의 그 사람의 외모에 있는가, 아니면 그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있는가, 아니면 그 외의 다른 것에 있는가 하는 질문 역시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문화권에서는 과거부터 신체를 그 어떤 구조 변경 없이 잘 유지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습니다.

유교적 문화에서는 부모에게서 받은 신체를 의도적으로 변화시키거나 훼손시키는 것이 효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는 가치를 추구하며 머리카락 한 올도 자르지 않고 평생 머리를 길렀습니다. 이는 그만큼 신체가 중요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으나, 그 사람의 본질은 부모와 그 부모의 부모로부터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온 그 무엇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 중 가장 물리적인 동시에 배타적인 것이 신체이니 신체가 그 대표격이 되는 것은 논리적인 귀결이며, 따라서 신체가 본질이라는 결론 역시 내리기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과거에는 지금처럼 미남, 미녀가 아니었던 사람이 성형 수술을 받은 뒤 현재의 미남, 미녀가 되고 그것을 자원으로 하여 부와 명성을 누리는 것에 대해서 “저 사람의 본질은 저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비난하기도 하고, 그 사람이 취득한 모든 것이 부당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이 생각이 무조건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신체는 한 사람의 자아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나를 타인과 구분 짓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그것을 바꾸는 것이 온당할까 하는 의문은 누구나 가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외양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합니다. 

그런데 다른 방향으로 한 번 생각을 해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외형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개선해 나가려고 노력을 합니다. 헤어스타일을 바꾸기도 하고, 운동을 통해 체형을 바꾸기도 하고, 치아 교정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고깝게 보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어느 정도의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일까요. 그렇다면 성형 수술에는 그 정도의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비슷한 견지에서 우리는 누군가 노력을 해서 무엇인가를 잘하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찬사를 보내지만, 노력하지 않는 게으른 천재들에 대해서는 질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노력을 통해서 취득한 것의 가치는 높게 평가하지만, 그 사람이 실제로 그것을 어떻게 얻었는지와는 무관하게 우리가 그것이 쉽게 얻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 가치를 폄하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성형수술을 통해서 얻은 훌륭한 외모가 그런 류의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가진 것 같습니다.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서 필요한 자본, 그리고 그 자본을 축적한 경로, 그리고 성형수술에 수반되는 고통은 그 노력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수십 년 동안 기술을 갈고닦는 운동선수들이나 예술가들이 들이는 노력에 비하면 성형수술을 비교적 간단해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의 인생 여정에 대해서 완전히 알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사람이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 그리고 그 결정을 내리고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심리적 갈등, 그리고 그 과정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는 완전히 공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이 글의 의도가 성형수술을 옹호한다거나 좋은 외모를 가지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최고의 전략 중 하나라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인간의 본질이 외형에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외형에 인위적 변형이 가해지고 나면 그 사람의 본질이 흐트러진 것과 다름없으니 그 사람을 비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본질은 물리적 실체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만약 누군가의 본질이라는 것이 그 사람을 세상의 나머지 개인과 구분하고, 그 사람을 지구상의 유일무이한 존재로 특정 짓는 것이라면 외형은 본질이 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정말 쏙 빼닮은 쌍둥이가 있을 수도 있고, 쌍둥이가 아니더라도 매우 닮아서 모르는 사람이 얼핏 보면 구분할 수 없는 사람들도 더러 있으니까요.

 

 

 

제 생각에 누군가를 유일한 존재로 만드는 것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기억과 경험입니다.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오며 겪은 일들, 그 와중에 느꼈던 감정, 그리고 그 두 가지가 섞이며 만들어진 기억과 추억들이 그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얻고자 노력하면서 얻어진 기능과 기술들, 그 기능과 기술들을 기반으로 새롭게 취득된 신체적, 정신적 자원들도 그 사람을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들이겠지요. 만약 어떤 사람의 본질이 여기 있다면, 어떤 배우가 성형수술을 받아서 외형이 변화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본질은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사람이 성형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과 기억과 기술을 축적할 수 있었다는 논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부정하고자 하는 초점이 본질을 의도적, 인위적으로 바꾸고자 했던 행위 자체에 있는 것이라면 그 이후에 그 사람에게 발생한 추상적 변화는 그 초점에서 비껴 나는 것이 맞겠지요. 왜냐하면 그 행위를 했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같은 형이상하적 변화가 발생하는 것이 아닐 것이 분명하고, 그 변화에는 분명 그 개인이 기여하는 바가 성형외과 의사의 기여분보다 더 클 것이니까요.

 

이 글을 쓰면서 제 자신도 저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