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인간이 다양한 이유 | 사회 전체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 다양성 Diversity

RayShines 2024. 9. 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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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궁금합니다. 세상에 왜 이렇게도 다양한 사람이 있을까?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뉴스를 보다 보면 “와 세상에 정말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계랑 결혼을 하는 사람도 있고, 해괴망측한 음식을 먹는 사람도 있고, 아찔한 건물 위에서 공중제비를 도는 사람도 있고, 저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을까 싶은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저렇게까지 선해야 할 필요는 뭘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간이 가지는 대부분의 특질이 정규분포를 그리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거의 없지만 그 모든 특질의 양 극단에는 우리의 일반적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분명히 분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자연선택은 환경에 보다 더 잘 적응하는 특질을 가진 개체의 생존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정규분포의 양 극단에 있는 이들은 정규분포의 평균 근처에 있는 이들보다 생존에 불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환경이 그들을 선호했다면 그들이 오히려 평균이 됐을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갖는 대부분의 특질은, 특히 그것이 연속선 상에서 존재할 수 있는 특질이라면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가지며 존재합니다. 키, 체중, 운동능력, 예술적 감각 등 아주 다양한 것들이 말입니다. 심지어 성적인 취향, 정치적 관점, 경제적 관점까지도 매우 보수적인 시각에서 매우 진보적인 시각까지 존재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중간의 어디엔가 속하겠지만 말입니다. 진화적으로는 그다지 유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매우 극단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이 꾸준히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에 대한 답 중 하나가 다양한 종류의 인간, 그러니까 다양한 종류의 뇌를 가진 다양한 종류의 인간을 가지는 것이 인간 사회의 생존에 유리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수렵 채집을 하던 시기부터 무리를 이루어 살았고, 1만 년 가량 전 농경 사회가 시작되면서는 군집의 규모가 매우 커졌습니다.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며 사는 것은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식량 생산에 있어서도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졌고, 그렇게 되며 잉여 식량이 발생하자 어떤 사람들은 일을 좀 덜해도 생존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노동 대신 자기의 장점을 살려 할 수 있는 다른 기술들을 개발할 수 있었지요. 같은 논리가 개인의 다른 특질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심성 - 다른 표현으로는 위험 회피 harm avoidance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이라는 특질을 살펴보겠습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아마도 평균 수준의 조심성을 가질 것입니다. 그러나 한쪽 극단에는 조심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어찌 보면 무모하고, 어찌 보면 과감한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반대편 극단에서는 너무나도 조심성이 많아서 새로운 것은 거의 시도하지 않고 새로운 음식은 꺼리고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구는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양극단에 분포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사회는 그다지 오래 존속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의 평균 정도의 조심성을 가지고 있는 사회에 소수의 양극단이 존재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 이렇게 조심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조심해야 하는 것들이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핵무기, 마약, 비행기 사고 등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야기하는 것들이지요. 이런 것들을 다룰 때는 조심성이 과도한 사람들이 나서는 것이 맞습니다. 또한 큰 규모의 사회를 운영하려다 보면 혁신적이고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과거의 가치들을 부정하고 전통을 무시하더라도 옳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전체를 끌고 가는 카리스마가 필요할 때가 있는 것이지요. 그럴 때는 조심성의 스펙트럼에서 다른 쪽 끝에 있는 사람들이 필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인간에게 다양성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것이 개개인의 생존 가능성을 반드시 높이지는 않더라도, 사회 전체의 존속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사회를 구성해서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렇게 혼자 외떨어져 있을 때에는 생존 가능성이 높지 않을 수 있는 개인까지 보듬을 수 있는 안전장치와 제도를 만들 수 있게 때문입니다.

 

인간의 생각은 정말 다양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획일적인 생각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만, 모든 것이 빨라지고 어떤 정보든 막힘 없이 흐르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과 다양성을 탐색하고 결정하고 주장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해졌고 그런 다양성을 부정해서는 안 되는 지점까지 도달한 것 같습니다. 개개인에게 다양한 취향과 관점, 의견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거나, 다르다는 이유로 악마화하거나, 다르다는 이유로 척결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인간이 지금까지 생존해 왔던 원동력 중 하나인 다양성을 훼손시키고, 획일화로 인한 퇴보를 가져오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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