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모든 규칙에는 그것이 생겨난 이유가 있습니다.

RayShines 2024. 10. 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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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나 사회에는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규칙들이 있습니다. 모든 규칙이 다 옳진 않겠으나, 모든 규칙은 대부분 생겨난 이유가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규칙들이나 내규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불합리해 보이기도 하고 시대착오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그런 규칙들이지요. 대체 왜 있는지 알 수도 없고, 왜 지켜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이 규칙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조직의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저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국가적인 규모의 법이든 작은 규모의 조직에 존재하는 규칙들은 당연히 누군가에 의해서 정해집니다.

누군가 강력한 권력과 권위를 가진 한 사람이 그것을 정할 수도 있고, 아니면 여러 사람이 중지를 모아서 정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규칙은 완전히 인위적입니다. 자연 규칙은 없습니다. 나 자신에게 지키라고 규정해 두는 규칙조차 나 스스로 정해야만 합니다. 두 사람 이상이 지켜야 하는 규칙은 무형의 것입니다. 눈에 보이질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두 사람 이상의 마음속에 특정한 규칙이라는 추상적 이미지가 존재해야만, 즉 유발 하라리의 표현으로는 상호 주관이 존재해야만 성립합니다. 단순히 나 혼자서 지켜야 할 규칙을 누군가가 지키길 바랄 수는 없죠, 그건 상호 주관이 아니라 그냥 주관이니까요.

 

모든 규칙이 아마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 누군가가 과도하고 부정적인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리고 가끔은 뭔가 더 좋은 일이 생기도록 모두를 고양하기 위해서. 모든 규칙은 어떤 이유와 의도를 갖고 생겨납니다. 그리고 한 번 규칙이 정해지고 그 사회의 대다수가 그것을 따르게 되면 그때부터는 그 규칙의 본래 목적이나 의도는 퇴색되기 쉽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실제 그 규칙을 설정하는 데 관여했던 사람들이 사회에서 탈락하고, 새로운 구성원이 유입 혹은 출생하며 그 규칙의 진의를 아는 사람들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희석됩니다. 시간이 더 많이 지나면 규칙의 형식은 남고 그 의미는 사라집니다. 그리고 상황이 달라지면 그 규칙이 있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발생시킴에도 불구하고 그 규칙을 지키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규칙이라는 시스템 전체의 권위가 무너지게 되니까요. 그리고 규칙을 철폐하는 것도 그다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규칙이 조직을 유지하는 데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함부로 그 규칙을 없앴다가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규칙이 그대로 유지되어 내려가는 경우를 참 많이 봤습니다.

 

 

 

모든 규칙을 무조건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불합리하고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규칙이 있다면 그것은 수정하거나 개량하는 것이 맞겠죠. 처음에는 그것이 어색하고 힘들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구성원들이 적응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처음 그 규칙이 생겼던 이유를 어느 정도는 파악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맥락에서 그 규칙이 생겨났는지 완전히 알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필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걸 모르고서는 그 규칙을 없애도 되는지, 바꿔도 되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나 혼자 지키는 규칙이라면 얼마든지 규칙을 바꿔도 되고 없애도 되고 솔직히 안 지켜도 큰 문제 안 생깁니다. 그런데 여러 사람이 지키고 있는 규칙이고 그 규칙이 추상적인 개념이 되어 사회 구성원들의 정신 속에 구체화되어 공유되고 있다면 그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합의가 필요합니다. “오늘부터 빨간 신호등이 켜지면 가라는 신호라고 하자”고 누군가 선언한다고 해서 그냥 그게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듯이 말입니다. 이것은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것임에 분명하고, 아주 오랜 기간의 준비를 거친다고 해도 부작용이 있을 것이 확실합니다. 어떤 물리적인 실체를 없애는 것에도 부작용이 따르는데, 사람들의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추상적 개념을 변형시키거나 없애는 것은 동상 하나를 철거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이 듭니다.

 

우리는 분명 우리의 조상들보다는 갖추고 있는 지식의 절대량이 더 많습니다. 정보의 취득 속도는 아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를 것이고요. 그런데 이 말이 우리가 조상들이나 선임들에 비해서 무조건 더 지혜롭다는 뜻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기존의 것들을 무조건 숭앙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부정하는 것도 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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