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세상은 음모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것일까요? | 음모 이론 | 라플라스의 악마

RayShines 2024. 10. 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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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거대한 음모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것일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예전에 멜 깁슨 주연의 <컨스피러시>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영어 원제는 The Conspiracy Theory 였으니 말 그대로 음모 이론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어떤 세력에 의해 음모가 진행되고 있고 그것을 주인공들이 파해쳐 나가는 내용이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거대한 세력이 세상을 움직이기 위해 언론을 통제하고, 정치와 경제를 조작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는 스토리는 왜인지 모르게 우리의 흥미를 자극합니다. 그리고 그런 음모를 꾸미고 실행하는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등등의 다양한 단체들에 대한 이야기도 참 많지요.

 

지나고 나서 보면 정치란 거대한 쇼이고 진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으며, 정치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경제 역시 우리 눈에 보이는 것과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고 개개인은 부지불식간에 그런 음모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전혀 이상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우리가 그런 음모의 피해를 봤는지조차 알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 모든 것이 다 밝혀진다면 그것들은 음모라고 부를 수가 없겠지요.

 

 

 

한편으로는 음모 이론과 그런 음모를 꾸미는 세력 자체를 논리적으로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제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고,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무수한 변수 간의 상호 작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론적 사건을 모두 예측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음모를 디자인하고 결행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라플라스의 악마>라는 개념이 있지요. 만약 현재 전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현재 배열을 원자 수준에서 알 수 있고, 그 모든 사물의 진행 방향을 파악하고 있는 악마가 있다면 그 악마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라플라스는 나폴레옹 시대의 유명한 과학자였고 그는 방대한 양의 저작을 나폴레옹에게 바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책을 읽은 나폴레옹이 “이 책에는 신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자 “저에겐 그 가설이 필요치 않았다“는 말을 했다는 일화가 있지요. 그리고 이성과 논리를 극단적으로 숭앙했던 그의 이름을 따 라플라스의 악마라는 말이 생겨났지요. 그런데 여기서 전제는 전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모든 것을 특정 시점에 파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것이 가능하진 않겠지요. 그래서 “악마”만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라플라스의 악마”라는 견지에서 보자면 세상을 조종하는 음모를 꾸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신이 아닌 이상 시작 시점에서 모든 사물의 조성과 벡터값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임에 분명하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음모론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 이유 중 하나는 어떤 일이 벌어지면 반드시 규명 가능한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현재 우리의 지성으로는 그 인과 관계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설명을 내놓으려고 한다는 데 있다고들 합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설명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음모론이 창궐하고 그것을 믿는 많은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이지요. 주가의 움직임은 분명히 특정 세력의 의도에 의해 어느 정도는 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이라고 하면 더욱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야를 확장해 경기의 과열과 침체를 생각해 보죠. 경기를 어떤 세력의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요?

 

날씨는 대표적으로 예측이 매우 어려운 대상입니다. 날씨에 관여하는 변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날씨가 예측하기 어려울까요, 경제가 예측하기 어려울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둘 다 어렵지만 경제가 더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날씨에 관여하는 개별 변수는 감정이 없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물리, 화학적 반응들이지요. 여기에는 어떤 의도가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셀 수 없이 많은 변수들 사이의 상호 작용 전부를 우리가 모니터링하고 공식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측도 어려운 것입니다. 그런데 경제는 좀 다릅니다. 경제에는 개개인이 참여를 하고, 각 참여자들이 각각의 예측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합니다. 그래서 경제는 예측하기가 불가능합니다. 누군가 예측을 내놓으면 그 예측에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개개인들이 전략을 바꾸면서 그 예측을 흐트러뜨리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날씨를 레벨 1 카오스, 경제를 레벨 2 카오스라고 분류한다고들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세상은 경제보다 더 복잡할 것임에 분명합니다. 극단적 복잡계를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며, 예측할 수 없다면 조종할 수 없는 것도 분명하죠. 그래서 음모 이론을 부정하는 이들은 인간계가 너무나도 극단적으로 복잡한 시스템인 동시에, 개별 참여자가 감정을 갖고 무작위로 행동하는 경향이 매우 높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듭니다.

 

 

 

분명 인간은 자기가 속한 작은 사회를 좌지우지하고,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 내의 구성원들을 조종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각 구성원들이 서로의 의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고, 그런 변화에 동의한다면 그것을 음모라고 보긴 어려울 테니까요. 하지만 그 범위가 전 세계로 확장될 수 있는지는 저도 의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세상이 어떤 음모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고, 나에게, 혹은 내 주변인들에게 벌어지는 일들이 누군가의 악의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우리 개개인의 너무나 무력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내가 피해자라는 생각보다는 내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이 그나마 삶을 조금이라도 주도적으로 사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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