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절제된 삶은 자존감을 높여줍니다. | 아이돌의 아이러니

RayShines 2024. 10. 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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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된 삶을 사는 것은 자존감을 높여주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절제된 삶을 살고 있어도 늘 자신보다 더 나은 누군가와 비교당하며 열등감을 느낀다면 어떨까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동물입니다. 그래서 맛있는 것을 먹고 싶고, 편하게 쉬고 싶고, 원할 때 쉬고 싶고, 깨어날 때까지 자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자손을 남기고 싶기 때문에 그에 따른 욕구에도 충실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사회를 구성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내키는 대로는 살 수 없고, 생존과 번식이 유일한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본능과 욕구를 건강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지연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도덕과 윤리를 따르고 법과 규율을 지키며 사회적으로 용인된 수준의 절제된 삶을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입니다.

 

각 개인마다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절제의 정도는 다릅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운동을 거르지 않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 사람들도 있고, 어느 정도는 몸과 정신에 좋지 않은 것을 하면서 약간의 나쁜 즐거움을 즐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절제는 전혀 없이 욕구에 따라서만 사는 이들도 분명히 있지요.

 

절제된 삶은 자존감을 높여주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본능적인 욕구를 지연하고 하고 싶은 것을 조금 참고하기 싫은 것을 조금 더 하는 과정 자체가 자신을 이겨나가는 과정이고, 그것을 하는 것 자체는 힘들고 싫을지 몰라도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분명하며, 그 과정을 끝낸 후의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도 대견하기 때문입니다. 절제된 버전의 내 모습은 그렇지 않은 버전의 내 모습에 비해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후자 쪽이 더 행복할 수는 있습니다만, 행복이 영속적인 것이 아니라 일시적 상태임을 고려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전자가 후자에 비해 무조건 불행하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콜라를 덜 마시더라도 조금 더 건강한 것이 더 행복한 사람도 충분히 있을 수 있으니까요.

 

다시 말해 절제된 삶을 사는 것은 자존감을 고양시켜 줄 가능성이 높은 요소입니다. 대표적으로 그런 삶을 사는 이들이 현대 사회에서는 운동선수들과 아이돌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아이돌 산업의 육성 과정을 보면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먹고 싶은 것, 놀고 싶은 것, 자고 싶은 것을 꾹꾹 참아야만 성공할 수 있는 그런 구조인 것 같습니다. 열 명 가까운 사람들이 자로 잰 듯 군무를 추며 노래를 하는 것을 보면 그 장면 하나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했을지, 그것을 해보지 않은 저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렵죠. 엄청난 수준의 절제를 했을 것입니다. 자기가 원해서 했든, 아니면 외부 강제에 의해서든 말입니다.

 

그런데 예체능 계통에는 늘 매우 소수의 압도적 재능을 가진 이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압도적 피지컬을 가진 운동선수도 있고,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보컬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재능을 가진 이들이 절제와 노력을 통해 다다를 수 없는 수준의 재능을 가진 진짜 천재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예체능 계통은 다른 분야에 비해 승자독식이 더 두드러집니다. 10등을 해도 그냥저냥 살아남을 수 있는 분야도 있지만 예체능 쪽은 상위 1% 정도에 들어도 될까 말까 한 경우들이 더러 있지요. 10등만 해도 잘한다고 느끼는 것과 2등을 해도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분명히 자존감에 큰 타격을 입힙니다. “나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쟤를 따라갈 수 없구나”라는 절망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대단히 이율배반적인 일이 발생합니다. 엄청나게 절제하는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존감이 높아질 틈이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1등 만을 선호하는 대중들의 날 선 비판으로 인해 자존감은 더 추락합니다. 자신의 노력이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노력의 가치가 평가절하되고, 그 노력을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의 가치도 평가절하되기 쉽습니다. 이것이 바로 아이돌들이나 배우들이 아주 깊은 우울에 빠지기도 하고, 우리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 과도한 수준의 비하를 하기도 하는 이유이겠지요.

 

누구나 건강한 자존감을 쌓아 올릴 안전한 장소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가정이 그 역할을 하기도 하고, 학교나 학원에 그럴 수도 있죠. 대부분 자본주의적 논리와는 거리가 있는 곳입니다. 자본주의적 논리로 대상을 평가하기 시작하면 대상에게서 인간성은 증발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에는 아이돌들을 보면 별 생각이 드지 않았는데, 요새는 어린 나이에 꿈을 좇아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이들이 가혹한 평가를 받고 스스로의 가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는 것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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