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좋은 친구와 좋은 우정을 지켜나가는 방법

RayShines 2024. 10. 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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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갈수록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좋은 친구와 좋은 우정을 유지하는 것은 그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이가 어릴 때는 누구와도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이 느껴집니다. 새로운 환경에 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마음속에 그다지 편견이 많지 않은 시절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충분히 축적되며 살아온 경로가 완전히 달라지기 전이고, 누구나 넘치는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 가진 것에 대해서 재지 않고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적어도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의 사정은 아주 크게 다르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동네가 비슷하니 부모님의 경제력도 어느 정도 비슷했죠. 그냥 서로 뻔히 아는 그런 사이였달까요. 그래서 서로 더 친구가 되기 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서서히 나이가 들고 중요한 시기에 어떤 결정을 내렸느냐에 따라서 삶의 트랙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어떤 직업을 택했느냐, 처음 어디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느냐, 어떤 반려자를 만났느냐 등에 따라서 삶의 모양이 너무나도 달라지지요. 어린 시절에는 한 번 친구면 영원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맹세도 했지만 삶이 너무나 달라지면 서로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이 명확하게 구분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인생 경로가 결정되고 난 이후에는 서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기 쉽지 않지요.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 상대방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심스러워지고, 결국은 말을 더욱더 골라서 해야만 한다는 교훈은 자꾸 쌓여만 갑니다.

 

 

 

오랜 시절을 함께 한 친구는 여러 스트레스 테스트를 이겨낸 관계임이 분명합니다.

세월의 스트레스도 견뎌냈고, 그 와중에 있을 수 있었던 크고 작은 오해들도 서로 풀려 노력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은 넓히고, 서로에게 조심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경계선을 그어서 그 선을 넘지 않으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노력으로 우정을 갈고닦으며 우정은 단단해지고 깊어졌을 것입니다. 두 사람이 오랫동안 가꿔온 우정은 쉽사리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정에 생채기를 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친구인데 서로 이 정도는 이해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면서 서로 주의 깊게 지켜왔던 선을 넘는 것입니다. 친구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서로 무례할 수 있는 선이 있는 것이고, 친구라고 해도 상호 간에 지켜야 할 예의가 있고,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서로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이 있습니다. 오래도록 두 사람이 공을 들여 쌓아 올린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이 대부분 이런 사소한 말 한마디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서로 오해를 풀려고 노력도 해봤겠지만, 서로에게 대해서 알만큼 알게 되면 “아 이건 풀 수 있는 오해가 아니다”하는 생각이 들 때가 더러 있습니다. 아니면 “오해를 풀 순 있겠지만 정말 많은 에너지가 들어갈 것 같다”회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우정이나 친구들 말고도 챙겨야 할 것이 너무 많은 나이가 되면 더 중요한 것들에 할당할 에너지도 부족한데 예상치 못했던 것에 에너지를 더 쏟아부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겁이 덜컥 납니다. 자신이 없는 것이지요.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내 노력을 기울일 자신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말을 줄이고, 말을 고르고, 말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말은 한 번 하면 주워 담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처럼 SNS로 많이 이야기를 하는 때에는 그 기록이 계속 남아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자꾸 곱씹게 되기도 합니다. 삭제하는 기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늘 가능하진 않으니까요.

 

좋은 친구는 서로에게 아무 말이나 마구 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 아주 조심해서 말하기 때문에 어떤 말이든 할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소중한 것은 소중하게 다루는 것이 옳으니까요. 말은 함부로 하면서 “서로 마음 다 아는데 뭐”라고 하는 것은 가정 폭력을 휘두르면서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다 안다”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니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모르게 좋은 마음만 가질 게 아니라 좋은 말을 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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