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세상의 변화 앞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니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RayShines 2024. 10. 17. 00:00
반응형

사회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변화는 구성원들의 관점을 크게 변화시킵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사회를 구성해서 살며 사회로부터 매우 큰 영향을 받습니다. 또한 사회의 변화를 야기하는 원인 중 하나도 인간이지요. 이 글에서는 인간의 시각과 관점이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바뀌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2021년 영국 노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의 건강이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한 것이지요. 2021년이니 한창 코로나 팬데믹 시절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노인들이니 코로나에 취약한 그룹이었음이 분명하고요. 그래서 얼핏 생각하기에 노인들은 코로나라는 외부 조건 때문에 자신이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노인들의 비율이 증가한 것이지요. 이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은 매일 코로나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뉴스를 매일 접하면서 “건강하다”는 것에 대한 기준 자체가 변화했다는 것입니다. 그전까지는 두통, 요통, 무릎 통증 등이 노인들의 삶의 질과 스스로의 건강 상태를 평가절하하는 매우 큰 요인이 됐었다면 이제는 살아있다는 자체가 더 중요하며 그런 통증들은 사소한 것이 됐다는 말이겠지요. 이렇듯 인간은 늘 세상과 자신의 비교합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세상을 예측하고, 그 예측과 비교해서 자신의 현재를 이해합니다. 그리고 예측과 현재가 너무 다르면 예측에 수정을 가합니다.

 

물가를 봐도 비슷합니다. 1970년에는 짜장면 한 그릇의 가격이 100원이었지만, 2000년도에는 2500원까지 증가합니다. 그리고 2024년 기준 짜장면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은 7000원입니다. 2000년에 비해서 거의 3배 올랐죠, 300%입니다. 집값도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7.5억 원이던 아파트가 지금은 15억으로 두 배 올랐다고 해보죠. 이런 상황을 두고 경제평론가들이 나와서 하는 말 중 하나가 “시장에서 이 가격을 받아들이고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고들 합니다. 다시 말해서 시장참여자들은 세상, 즉 아파트 가격에 대한 나름의 예측을 갖고 있습니다. “아 이게 15억이라고? 말도 안 돼, 원래 7억 5천이었잖아. 너무 비싸, 분명 떨어질 거야”라고 예측을 합니다. 만약 떨어지면 예측과 현실이 일치하므로 큰일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 반대라면 어떻게 될까요. 7.5억까지 집값이 내려가기는커녕 18억으로 20% 더 오릅니다. 그럼 예측과 현실이 어긋나도 너무 어긋나는 것이지요. 여기서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18억으로 오른 건 오버슈팅이야, 다시 내려올 거야”라고 원래의 예측을 고수할 수 있고, “아 내 예측이 틀렸구나, 이제 떨어지길 바라선 안 되겠어”라고 예측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전자의 사람이 많다면 아직 시장에서 새로운 가격을 소화하기 어려운 것이고, 후자의 사람이 더 많아지면 그 가격은 시장에서 수용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시간이 오래 거릴 수 있고, 전자와 후자의 치열한 공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집값에 대해 뭐가 옳고 그르다는 말을 하고자 쓰는 글은 아닙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는 미래가 정해진 것, 즉 우리가 예측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아주 크게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키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의 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감정에 강렬한 흔적을 남기는 사건은 그것이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개인이 세상을 보는 관점을 매우 크게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참전 용사들의 PTSD가 그 안 좋은 예겠죠. 정신적 상흔은 개인이 세상을 안전하지 않은 곳, 위험한 곳, 그리고 미래는 비관적인 것, 암울한 것으로 보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 등의 거대한 사건은 구성원 절대다수의 관점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코로나가 그러했고,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감행했던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자산 가격의 상승이 그러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개개인 간 친밀한 신체적 접촉의 빈도와 범위는 감소했고, 대신 온라인상의 간접적 접촉면적은 극단적으로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자산의 가격에 대한 우리의 관점은 변화했고, 2~3배 정도 가격이 오르는 것은 우리의 뇌를 자극하지조차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이 크게 변화할 때, 그리고 우리의 관점이 그것을 수용하지 못할 때는 그 변화로부터 위화감이 발생하지만 절대다수가 그 변화를 수용하게 되면 예전의 관점을 고수하는 것이 오히려 뒤처지고 있다는 위화감이 느껴지게 합니다. 이럴 때면 대체 우리는 어떤 속도로 세상을 살아나가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거대한 물결 앞에 개개인은 너무나 무력하니까요. 결국 너무나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나에게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