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일관적으로 하는 것은 위대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RayShines 2024. 11.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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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것은 매우 중요한 덕목입니다. 그런데 근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일관성인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말이 근면 성실해야 한다, 성실하면 먹고 산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부지런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어서 개근을 하는 것, 지각하지 않는 것, 자기 할 일을 꼼꼼히 하는 것 등 여러 가지 행동들이 전부 부지런함의 카테고리에 들어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는 새벽에 출근해서 밤에 퇴근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사회였고, 그것이 성공의 공식이었던 시절도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근면한 것의 나쁜 점을 찾기란 쉽지 않기도 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좀 들어보니 근면한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일관성인 것 같습니다.

주변을 보면 늘 바쁘고 부지런한 사람이 있습니다. 어른들 표현으로 바지런한 사람들이죠. 늘 뭔가를 하고, 일을 벌이고, 여기저기 움직이는 사람들이죠, 일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일을 찾아서 하는 그런 사람들이라고 할까요. 그런 사람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고, 그 기회를 바탕으로 성공을 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또 이런 사람들은 자기를 알리는 데에도 열심히여서 요즘처럼 자기 홍보가 중요한 시대에 걸맞는 그런 인재상이라고 할 수 있지요. 닮고 싶은 면이 많은 성정이라고 하겠습니다.

 

한편,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박이부정 博而不精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널리 알되 깊이 알지 못한다” 정도의 뜻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뭔가 너무 여러 곳으로 정신적, 신체적 자원이 퍼져 나가면 유한한 자원을 가진 우리로서는 아무래도 뭔가 하나에 정통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겠지요. 그래서 저런 말이 나온 것 같습니다. 저도 상당히 공감하는 말이고요.

 

여러 가지 관심사를 갖고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면서 바쁘고 부지런하게 사는 사람들이 가진 커다란 장점은 끊임없이 탐색을 하며 자신에게 맞는 무엇인가를 시도한다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만약 탐색이 끝나고 나에게 맞는 것을 찾은 이후라면 그때는 뭐가 더 좋은 전략일까요? 그때부터 일관성이라는 덕목이 필요해지지 않나 싶습니다. 매일 바쁘지만 매일 다른 것을 하면서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보다 매일매일 해야 할 것을 매일매일 하면서 일관적으로 꾸준히 무엇인가를 쌓아나가는 시기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정말 뭔가를 타고났다거나, 그 어떤 누구보다 뛰어난 압도적 재능을 가진 것이 아니라면 뭔가 한 가지를 잘하기 위해서는 지루하고 지난한 연습의 시간을 거쳐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변화는 식물의 변화와 비슷한 것이어서 매일 보면 변한 줄 모르지만 1년이 지나고 나서 보면 크게 달라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제보다 오늘 훨씬 더 많이 발전하길 원하며 처음에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지만 이내 변화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실망해서 그것을 계속하는 것을 중단합니다. 우리의 변화와 발전이 거의 평탄한 직선을 그리는 시기가 길면 길수록 많은 사람들이 그 씬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확신이 없기 때문이죠, 자신이 이 길고 긴 평탄의 고원 끝에서 날아오를지 아니면 낭떠러지로 급전직하할지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 당연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트랙에 계속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미련한 사람들일 수도 있고,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들로 보일 수도 있지요. 그러나 그것과 무관하게 그들은 그냥 그 일이 즐겁기 때문에 나중에 어떻게 되든 끝까지 해보겠다는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그것을 하는 것은 그냥 일관인 것이지요. 동요나 교란이 발생할 수는 있으나 결국 그들은 곧 일관으로 회귀합니다. 그리고 다시 어제 했던 것을 오늘도 하지요. 이런 이들이 모두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적인 삶을 산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들이 일관적인 동시에 부지런하게 하고 있는 일이 현재 사회 경제적 기준에 맞는 가치를 발생시키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 두 가지가 맞아떨어진다면 그때는 물질적 성공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지겠지요. 하지만 전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결국 누구나 자신의 페이스와 템포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나갑니다.

어떤 이들은 넘치는 에너지를 갖고 세상을 탐험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작지만 매일 할 것을 해나가기도 합니다. 어느 것이 옳고, 어는 것이 더 좋다는 말할 수 없겠지요. 다만 작고 사소하더라도 일관적으로 부지런한 것 역시 개인적으로는 매우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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