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강인한 사람과 센 사람 중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신가요?

RayShines 2024. 11. 1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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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우리는 “강인하다”와 “세다”를 같은 뜻으로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전 강인한 사람이 되고 싶긴 하지만 센 사람이 되고 싶진 않은 것 같고요.

 

 

 

지금은 그런 경향이 조금 덜 한 것 같지만 미디어에서는 센 사람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걸그룹도 과거에는 소녀 같고, 청초하고,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디자인을 했다면 최근에는 걸 크러쉬라는 이름으로 세 보이는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하는 것 같고요. 걸그룹 르세라핌이 “I’m fearless.”의 애너그램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는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들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센 사람, 그러니까 센 사람이라고 하면 뭔가 자기주장이 강하고, 어떤 분위기에서라도 “할 말은 해야” 하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반례가 명확해도 뜻을 굽히지 않는 그런 사람이라고 착각을 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평범한 우리네들은 자기와 뜻이 조금 맞지 않는다고 해도 적당히 굽혀야 생존 가능하기 때문에, 제 짧은 생각으로 얼핏 보기에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 일들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며 “나는 센 사람”이라는 자기 선언을 하는 사람을 보는 것이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기도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우리 마음속의 그런 생각들이 먼치킨 카테고리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스트레스를 풀게 하기도 하고, 법적 테두리 내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 것이 뻔한 범죄자들에 대한 사적 제재에 관대한 마음을 갖게 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그런 일이 있을 때 그냥 눈을 감고 넘어가게 되니까요. 적어도 저는 현실에서는 불의로부터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는 제 자신의 비겁함에 대한 죄책감을 그런 식으로 해소하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센 사람들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들도 세상에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다만 그런 사람들이 정의롭길 바랄 뿐입니다.

 

 

 

센 사람이 되기 어려운 평범하고 유약한 저는 강인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강인한 사람이란 사소한 것이라도 타인과의 약속을 지키고, 그것이 작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꾸준히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것을 꾸준히 해나가고, 어렵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일상에서 내가 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지 않고, 불행이 닥치더라도 무분별한 낙관보다는 수용과 긍정을 통해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사람입니다. 사실 거창한 것은 없습니다.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고, 몸짱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인가 꾸준히 해나간다는 느낌을 스스로에게 주기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하고, 내키는 대로 과식을 하거나 과음을 하지 않고, 유행하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 밤을 새우고 다음 날까지 망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그런 정도입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지킬 수 있는 루틴을 정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것이겠지요.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지만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끝내느냐, 어떻게 마무리하느냐, 어떻게 거기서 빠져나오느냐가 더 어렵습니다. 잘, 만족스럽게 끝내는 것은 그보다 더 어렵습니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것은 시작한 무엇인가를, 그것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하기로 마음먹었었다면 그것을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앞으로 점심 식사 후에 매일 30분 정도씩은 걷기로 마음먹었다면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아무리 덥든, 춥든 그것을 지켜나가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1년을 그렇게 하기로 하고 그것을 끝내는 것과 여름이라 너무 더워서 좀 쉬었다가 하자며 흐지부지 끝내버리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고요.

 

 

 

아마도 강인한 사람이란 “스스로를 별로인 사람으로 느끼지 않기 위해 하기로 한 것을 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 말싸움이 벌어지거나 음식점에서 주문한 음식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큰 소리를 지르며 싸우고, 그것이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그 모든 상황이 잘못 됐다는 것은 아니며, 살다 보면 분노를 느끼며 싸워야 할 때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타인과의 분쟁과 협상에서 승리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만이 강함의 증거는 아닐 것입니다. 내가 강인한 사람인지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게 됩니다. 내가 별로인 사람인지 아닌지도 내가 잘 아니까요.

 

센 사람이 되어서 그것을 과시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겠지만, 나의 개인적이고 내밀한 삶 속에서도 내 스스로의 강인함을 확인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어서 이 글을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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