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말과 내가 쓰는 글은 의심의 여지없이 100% 나의 지성의 결과물이 아닐까 합니다.
인간은 말을 하고 글을 씁니다. 그렇게 해서 의사를 전달하고 의견을 피력합니다. 이는 정말 엄청난 능력임에 분명하지만, 누구나 하기 때문에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능력이지요. 그리고 모두가 가지고 있는 범용적 능력이기 때문에 누구나 그 능력을 사용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채널이 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누구나 지성의 체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인간은 누구나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적이냐 그렇지 않냐의 의미가 아닙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온 지성의 체 體 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양이냐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고, 넓이가 넓을 수도 좁을 수도 있으며, 깊이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누구나 무형의 지성의 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말과 글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무조건, 100% 그 지성의 체에서 산출하는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무의식적으로 말을 하는 경우가 있고, 그런 의식적인 과정이 아니니 지성의 산물이 아니지 않으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성의 체에는 분명 의식적으로 접근 가능한 영역이 있고 그렇지 못한 무의식적 영역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만 말입니다.
지성의 구성 요소가 문자와 단어만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미지도 있을 수 있고, 텍스트나 이미지로 전달하기 어려운 추상적이 개념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을 산출해 내기 위해서는 말이나 글, 혹은 이미지, 혹은 선율 등의 형태를 취해야 합니다. 지성의 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웃풋 전체가 무조건 글이나 말은 아니겠으나, 글이나 말은 지성의 체에서 비롯됨임 분명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 사람의 말이나 글을 보면 그 사람이 구축해서 보유하고 있는 지성의 체를 엿볼 수 있다는 결론이 가능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과 글로서 생각을 합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은 말은 한 적이 있습니다. “직감과 직관은 사고 내부에서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심상이 먼저 나타난다. 말이나 숫자는 이것의 표현수단에 불과하다. 기존의 말이나 다른 기호들은 이차적인 것들이다. 심상이 먼저 나타나서 내가 그것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게 된 다음에야 말이나 기호가 필요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공식으로 사고하지 않는다.” 이 말 때문에 인간들이 이미지로 사고한다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인류 역사 중 몇 명 되지 않는 천재적 지성인 아인슈타인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직관으로 결론 내리고, 말로써 사고합니다.
우리는 말이나 글을 할 때 우리가 갖고 있는 지성의 체에서 나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유사어들을 골라낼 것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적당해 보이는 단어 한 가지를 고르겠지요. 물론 이 과정은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우리가 모르는 단어를 글이나 말에 쓰는 일은 거의 없으니깐요. 그리고 우리는 그 단어들을 배열하고, 그 배열은 문장을 만드고, 배열된 문장들로부터 결론, 지식, 간혹은 지혜를 추출해 냅니다. 적어도 저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이런 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뜻을 가진 여러 단어가 떠오르고 첫 번째로는 가장 끌리는 단어나 어감이 좋은 단어를 사용하고, 그다음부터는 위에서 쓰이지 않았던 단어를 고르거나 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결국 말이라는 것은 순서입니다. 수학적으로 말하자면 순열이지요. 어떻게 배열하느냐에 따라서 뜻이 완전히 달라지니까요. 그래서 내가 원하는 뜻을 전달할 수 있도록 배열을 하고, 그런 배열을 수십 개 또 배열해서 글을 씁니다. 이 모든 과정은 내가 갖고 있는 지성의 체에서 나옵니다. 따라서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글을 쓰느냐는 내가 지금까지 어떤 지성의 체를 쌓아왔으며 그것을 갈고닦아 왔느냐, 그리고 어떤 지성의 체를 소유하고 있느냐를 말해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뭔가 출력이 있으려면 반드시 입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 이치이니, 말을 하고 글을 쓰려면 많은 단어와 문장, 그리고 개념과 지식들이 머릿속에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즉 지성의 체를 구축할 벽돌이랄까요, 재료랄까요, 아무튼 그것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결국 이것은 읽기에서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읽으면서 단어와 문장을 수집하고, 그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형성되는 추상적 개념을 수집하고, 그것들이 다시 나의 내부에서 서로 네트워킹하며 생겨나는 것이 내가 가진 지적 기량이겠지요. 아마도 읽기는 세상의 말을 끌어당기는 과정이고, 쓰기는 내 안에 쌓인 말들을 밖으로 밀어내면서 내 지성의 체와 지적 기량의 외연을 더 넓히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 하루하루 책을 읽고, 특별하진 않을 수 있으나 저만의 글을 써나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들이 제 지성의 체가 보다 더 저만의 것이 되게 해 줄 자양분이길 바라며 이 글을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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