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행복하자”는 말을 하곤 합니다. 매일 그렇게 행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행복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본적 감정이라고 부르는 감정 중 하나입니다.
이른바 기본 감정은 행복, 슬픔, 놀라움, 두려움, 분노, 혐오감을 의미합니다. 물론 이 여섯 가지 말고도 수많은 감정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행복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감정의 정의에 대해서 말하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감정의 속성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알고 있습니다. 감정의 특성 중 흔히들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 일시적이라는 것입니다. 솔로몬 왕이 반지에 새기고 다녔다던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라는 문구가 감정의 일시성에 대한 격언이겠지요. 그리고 미국 가수 인디아 아리의 곡 중에도 <This too shall pass>라는 곡이 있습니다. 그것 역시 세상에 영원히 지속되는 사건은 없으며, 따라서 그로 인해 영원히 지속되는 기쁨도, 고통도, 슬픔도, 즐거움도 없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만약 감정이 그렇다고 한다면, 누구나 느끼고 갖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 감정, 혹은 생리적 감정이라고 불리는 6개 감정 중 하나인 행복 역시 일시성이라는 속성에 있어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하길 원하고 그 행복이 지속될 원하며 불행은 피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꿈꾸는 행복이 지속적이어야만 한다고 하면 우리의 꿈은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지요. 행복은 일시적인 감정의 상태이니 우리가 노력한다고 해도 분명히 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우리가 누군가에게 “화를 내!”, “마음껏 슬퍼해!”, “혐오스러워해도 돼!”라고 명령한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그런 감정이 촉발되진 않습니다. 이것은 마치 누군에겐가 “오렌지색이 돼!”라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자신의 상태를, 특히 정신적 상태를 자신의 마음대로 바꾸는 게 대단히 어려운 일이니까요.
따라서 행복하자는 권유, 행복하라는 일종의 명령은 어쩌면 애당초 불가능한 말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이런 말을 가끔 합니다. 행복해라, 행복하길 바란다, 오늘만큼은 행복하자. 이런 말을 하며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우리 자신의 바람을 투영하고 최면을 겁니다. 마치 이렇게 말하면 행복해질 것만 같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속 깊이에서는 이것이 그리 쉽사리 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불가능한 것을 열망하니까요.
그래서 전 이렇게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행복할 때는 그 행복을 걷어차내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해야 할 것은 불행하다고 해서 낙담하며 다시는 행복이 오지 않을 것처럼 다가오려는 행복을 쫓아내지 않는 것입니다. 행복할 때는 일부러 불행을 불러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불행할 때는 그 상태가 영원할 것이라고 믿어선 안되며 행복을 밀어내서는 안 됩니다.
계속해서 끊임없이 행복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삶은 예측하지 못한 불행과 다가오는지 알 수조차 없는 불운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삶은 예측하지 못한 행복과 다가오는지 알 수조차 없는 행운으로 채워져 있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은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고통의 변주곡이 끝없이 울려 퍼지는 그 중간 어디 즈음에 서 있습니다. 무엇 하나를 골라 그것 한 가지로만 나의 삶을 채울 수 없더군요. 한 가지를 고르면 반드시 그 짝도 같이 골라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 반대되는 양 극단의 짝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우리 삶의 모습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세월이 갈수록 더 깊이 깨닫게 됩니다.
제 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이 행복하시길 빕니다. 그리고 그 행복이 지속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그리고 혹시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하더라도 너무 크게 좌절하시지 않길 빕니다. 무엇이든 지나가고, 그것이 무엇이든 또 새로운 것이 오는 게 삶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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