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오귀인 Misattribution 이란 현재 감정이 발생한 원인을 잘못 해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RayShines 2024. 12. 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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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귀인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과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서로 부합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인간에게 억지로 감정을 유발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샥터와 싱어가 한 실험입니다. 아주 간단히 설명을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참가자들을 3개의 그룹으로 나눕니다. 첫 번째 그룹에는 아드레날린을 투여한 뒤 아드레날린이라는 말은 하지 않고 수프록신이라는 비타민을 투여했으며 그 부작용으로 심계항진, 혈압 증가 등 아드레날린의 효과가 수프록신의 부작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두 번째 그룹은 아드레날린을 투여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집단은 대조군으로 생리식염수를 투여하고 아무런 설명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참가자들은 연기자와 함께 한 방에 들어갔습니다. 그 연기자는 참가자의 절반에게는 이런 실험에 참여하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고 말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이런 실험에 참여하다니 너무 짜증 난다고 말했습니다.

 

실험 결과, 생리식염수 투여군인 세 번째 그룹은 연기자의 말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으며 아무런 감정 변화도 느끼지 못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아드레날린을 투여받았으며 수프록신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들은  첫 번째 그룹 역시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아드레날린을 투여받고도 부작용 경고를 설명 듣지 못한 두 번째 그룹은 연기자의 행동에 반응해 자신의 심장 쿵쾅거림이나 혈압 증가 등의 반응을 즐거움, 혹은 분노로 느꼈다고 보고했습니다. 두 번째 그룹은 자신의 생리적 변화가 약물로 인한 것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그 변화가 상황에서 온 것이라고 해석하며 감정적 느낌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비슷한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참가자들을 생리적 흥분을 경험하게 하는 상황에 노출시키면 그에 따라 분노나 기쁨과 같은 감정이 촉발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또한 운동한 이후에 소음을 들으면 감정을 유발하는 상황에서 공격적 반응이 증폭되기도 하고, 운동 후에 흥분하면 매력적 이성에게 끌리는 경향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헬스장에서 남녀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것, 놀이동산에서 연인이 서로에 대한 감정이 깊어지는 것, 공연장에서 처음 만난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것, 그리고 여행이라는 특별하고 흥분되는 상황에서 만난 남녀가 서로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쉽사리 해제하는 것 등을 설명합니다.

 

 

 

이는 위약효과, 즉 플라세보 효과와 반대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라세보 효과는 보통이라면 감정을 유발하는 상황에서 마땅히 발생하는 감정을 없애버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수술을 받고 난 뒤에는 흉통이 사라진다”는 설명을 듣고 실제로 그 수술을 받고 난 뒤 무리한 운동을 하면서도 흉통을 느끼지 않아 급사한 환자의 사례가 있다고 하네요. 위의 실험은 그와 반대이지요. 실제로는 그런 감정을 느낄 상황이 아닌데, 상황에 걸맞지 않는 감정이 촉발된 것, 혹은 감정을 다르게 읽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를 오귀인 misattribution 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일종의 감정적 착시입니다.

 

 

 

우리의 삶에는 이런 경우가 흔히 발생합니다.

커피를 마시고 나서 두근거리는 때에 언짢은 일이 있으면 그것이 화로 느껴지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설레는 일로 느껴지는 것이지요. 높은 곳에서 흔들리는 현수교를 건너가며 심장이 두근거리는 상태에서 우연히 매력적 이성을 만나게 되면 그것을 두려움이 아니라 성적인 흥분으로 오인하게 된다는 유명한 실험, 이른바 현수교 실험도 있으니까요.

 

 

 

다시 말해 우리의 감정은 맥락에 따라 우리 스스로에게도 다르게 읽힙니다.

따라서 우리가 우리 스스로 우리의 맥락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본다면 지금 나에게 느껴지는 이 느낌이 나를 속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진솔한 감정인지를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어떤 일이 있을 때 무턱대고 반사적으로 말이나 행동을 하기보다는 한 발자국 물러나 지금 내가 어떤 맥락 속에서 흐르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방법일지 모릅니다. 그러면 나에 대해서 더 알 수 있을지도 모르고, 불필요한 실수를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참고문헌 : 감정의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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