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과잉사고(Overvalued Idea)와 망상(Delusion) | 편향사고 | 반향실 효과 Echo chamber effect | 지구평평설 Flat Earther

RayShines 2024. 12. 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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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생각들이 있고, 그런 생각들에 대한 다양한 정도의 믿음이 존재합니다. 

 

사람들마다 믿는 것이 다르고, 그런 믿음에 대한 신념의 정도 또한 천차만별입니다. 인간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종 자체의 생존에 매우 큰 이점을 제공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큰 권한을 가진 이가 너무 과도하게 편향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문제를 발생시킬 소지가 매우 큽니다.

 

 

 

과도한 사고, 편향된 사고, 과잉사고 정도로 해석되는 overvalued idea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는 비이성적임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믿음으로, 이 생각을 믿는 당사자 역시 이 믿음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리고 과도한 사고 overvalued idea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문화를 공유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내용을 납득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입니다.

 

망상 delusion 은 부정확한 추론에 기반한 그릇된 믿음이 매우 공고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아무리 반례가 있어도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생각을 말합니다. 또한 망상 역시 위에 언급된 과도한 사고 overvalued idea와 마찬가지로 동시대를 살아가며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이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을 갖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과도한 사고와 망상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믿음이 얼마나 공고하느냐에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과도한 사고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일말의 가능성이 남아 있으나, 망상의 경우는 “하늘이 두쪽이 나도 내 생각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과도하게 편향된 사고, 망상에 가까운 생각들이 너무 많습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과도하리만큼 편향된 사고, 그래서 망상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고한 그릇된 생각들이 세상에 너무나 팽배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만 추천해 대는 알고리듬 덕에 세상에 자신이 믿는 생각만 존재한다고 확신하기에 너무나 완벽한 환경이 됐습니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인 방에 들어가 계속 내 생각이 옳다고 외치면, 그 소리는 반향 되어 내 귀에 다시 들어오고 그로 인해 내 생각이 옳다는 생각이 더 강화됩니다. 이를 흔한 말로 반향실 효과 echo chamber effect 라고 합니다. 특정한 정치적 노선으로 과도하게 편향되어 있는 게시판, SNS, 미디어 등이 현대사회에서는 반향실 역할을 아주 톡톡히 하고 있겠지요.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구평평설이지요.

그리고 지구평평설이 세력을 키우는 데 유튜브가 엄청나게 기여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입니다. 지구평평설이 득세한 것은 2015년 경부터라고 하며, 2017년에 지구평평설을 믿는 이들 이른바, flat earther 30명을 인터뷰했는데 이들 중 29명이 유튜브를 통해 지구가 평평하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답변했습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평평한 지구라고 검색을 하면 그중 35% 정도가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클립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알고리듬이 추천하는 동영상을 계속해서 따라가다 보면 추천 동영상의 90%가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영상이라고 합니다. 실제로는 지구가 둥글다고 주장하는 동영상이 65%로 훨씬 더 많은데, 유튜브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동영상만 추천해서 보여준다는 것이지요. 만약 하루 종일 이런 종류의 동영상을 보고 있으면 분명 그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생겨나겠지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고 그것에 대한 증거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알고리듬의 추천에 따라 완전히 틀린 생각을 단단하게 믿는 이들이 생겨납니다. 그렇다면 “지구는 둥글다” 정도로 강력하게 참인 명제가 아닌 “자유가 중요하다”, “평등이 중요하다”, “증세가 중요하다”, “감세가 중요하다”, “복지가 중요하다”, “발전이 중요하다” 등 어느 모로 봐도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주제들에 대한 지식을 알고리듬이 추천하는 동영상을 통해 습득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입장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이들, 혹은 아직 위의 명제들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이들은 동영상을 보기 시작한 초반에 사소한 편향만 발생해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는 매우 극단적인 의견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즉 매우 쉽사리 우경화, 좌경화될 수 있다는 의미이겠지요.

 

 

 

인간이 인간인 것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생각이 맞는 것인가, 혹시 이 생각에 반례는 없는가, 저 사람의 말이 맞을 가능성도 있지 않는가, 왜 나만 빼고 이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가 등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인 것이니까요. 자신의 생각만 맞다고 생각하고 주장하고 나아가 그것에 근거해 매우 파급력이 큰 행동을 하는 것은 확신과 신념에 찬 행동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편향된 사고와 망상에 가까운 생각에 근거한 일탈 행동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참고 문헌 : 호모 아딕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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