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의지력은 타고나는 재능일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그렇다면 의지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일까요? 그나마 가장 주목할 만한 방법은 꾸준한 운동, 그리고 마음 챙김 혹은 명상이라고 합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많은 특질들은 DNA와 환경, 그리고 그 둘 사이의 상호작용의 산물입니다. 무엇 한 가지가 조금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다른 한 가지가 조금 덜 기여할 수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선천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요인이 4:6, 5:5, 6:4 정도의 지분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어느 것의 기여도가 조금 높다고 해서 다른 것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동시에 어떤 것의 기여도가 조금 낮다고 해서 체념하거나 절망해서도 안 됩니다. 유전이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든, 아니면 환경이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든 언제나 우리에게는 변화의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신체적, 물리적 한계에 대해서는 비교적 쉽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키, 체중, 타고난 힘, 타고난 운동신경 등은 눈에 보이거나 혹은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거나 혹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상대적인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절대적 한계, 혹은 상대적 한계가 비교적 뚜렷합니다. 키, 몸무게, 근력 등은 수치로 측정이 가능하니 논쟁의 여지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또한 운동신경이라는 측면에서도 신체조건이 거의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NFL 선수들과는 운동수행능력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고려하면 상대적 열위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 부분이죠.
동시에 우리는 정신적 부분에 대해서는 그 한계를 다소 부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아마도 정신적 기능이나 역량은 그것이 명확히 보이지 않고, 그 경계도 무척이나 흐릿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누구든 자신이 가진 최상의 정신력을 동원해 낼 수 있다면 그 어떤 과업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정신일도 하사불성 등의 격언들에는 그런 우리의 믿음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맥락에서 이해되는 대표적인 정신 역량 중 하나가 바로 의지입니다. 지루하고 무의미해 보이고 사소해 보이는 것들을 꾸준히 해나가는 힘, 혹은 너무나 하고 싶지만 장기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참는 힘, 혹은 어떤 역경이 닥쳤을 때 자기 스스로를 믿으며 헤쳐나가겠다는 힘 등 의지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의지라는 것이 무한히 샘솟는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타인의 의지에 대해서는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자신은 못하는 것을 타인에게는 할 수 있다고 종용하는 일이 매우 흔하죠.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자신들도 하기 어려운 책무를 해내라고 강요하는 일이, 특히 공부와 관련해서 그런 일이 매우 흔한 것도 타인의 의지력이 무한한 자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사실 의지도 명확한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겠지요.
우리는 누구나 강철 같은 의지를 갖고 싶어 합니다. 건강을 위해 라면, 과자, 햄버거 대신에 방울토마토, 양배추, 양상추를 먹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야식을 유혹을 이겨내고 아몬드로 허기를 달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의지는 인지적 자원 밖에 있는 그 무엇인가입니다. 그래서 머리로는 알아도 도저히 행동으로 옮길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대부분의 것들이 그렇지만 의지의 동원이라는 것은 철저하게 주관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누군가 누구에게 강요하거나 종용하기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의지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의지를 기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꾸준히 말입니다.
사실 여긴 역설이 있습니다. 의지력이 부족해서 의지력을 키우려고 하는 것인데, 그 방법이 높은 의지력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는 꾸준한 유산소 운동이라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 유산소 운동이라는 것이 하루에 10km를 달리거나 싸이클을 1시간을 타라거나 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하루에 15분 정도만 운동을 해도 우리의 의지를 관장하는 전전두엽의 실행 기능을 향샹시킬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단 조금이라도 운동을 시작하면 0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합니다. 갈수록 조금씩 쉬워지기 때문에 선순환이 일어나는 구조가 되는 것이지요. 그저 점심 식사 후 빠르게 걷기를 하루에 15분 정도만 하는 것으로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같은 견지에서 명상이나 마음 챙김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우리는 소음이 넘치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정신적, 물리적 소음의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끊임없이 울리는 폰의 알림, 몇 시간을 아무런 자각 없이 낭비하게 만드는 숏폼,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주식과 부동산 정보들은 우리의 정신을 산란하게 만들고, 몸을 피곤하게 만들고, 그 결과 우리의 의지를 고갈시킵니다. 명상이라는 것이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순간에 집중하는 정도로 시작해도 됩니다. 점심 식사 후 15분을 걸을 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대신 걷는 것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도 마음 챙김이나 명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눈을 감고 10분 정도 호흡에만 지중하는 것 역시 간단한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때는 너무 거창한 것을 바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아주 작은 것을 시작하는 정도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지요. 누군가가 ”애걔 겨우 이거 하면서 뭘…”이라고 비웃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갖는 나에 대한 의견입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너무 신경을 쓸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우릴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우리의 작은 시작을 절대 폄하하거나 비웃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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