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장수하는 분들이 그 비결을 묻는 이들에게 감사하면서 살라는 말들을 많이 하곤 하지요.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사는 것은 좋은 일일 것입니다. 끝없이 무언가를 욕망하고 뒤쫓으면서 사는 것보다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고, 또 이 정도라도 주어진 것에 누군가에겐가 감사를 표현하는 것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임에 분명합니다. 종교나 신을 믿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는 것은 정신 건강에도 좋겠죠. 태생적으로 결핍을 먼저 감지하게 되어 있는 우리의 뇌는 그로 인해 생존할 수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리 가져도 어디에선가 반드시 필연적으로 결핍을 찾아내고야 말기 때문에 늘 행복에 허기져 있으니까요.
감사하면서 살라는 말은 더 큰 존재와 계획에 대해 인정하고 그것에 대해 경외를 가지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지만, 아주 실용적이고 지엽적인 차원에서는 그저 내가 내 삶에 대해 기분 좋게 느낄만한 뭔가를 하라는 뜻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뭔가 물질적 가치를 좇는 것에는 열과 성을 다하지만, 내 스스로를 아끼는 것에는 매우 인색하니까요. 조던 B. 피터슨이 그런 말을 하더군요. 당신 자신을 당신의 가장 친한 친구를 대하듯 하라고 말이지요. 우린 절친한 친구에게는 “좀 쉬어라, 잘 챙겨 먹어라, 푹 자라”는 말을 밥 먹듯이 하지만 사실 우리 자신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아직 부족해, 조금만 더 하면 돼, 조금만 더 모으면 돼, 조금만 더 오르면 돼”라는 말을 더 많이 하지요.
인생에 있어 많은 일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저 중간 정도의 일들입니다.
매일 해야 하는 일들, 매일 먹는 것들, 매일 가는 곳들, 그저 매일 반복되는 것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쁨도 슬픔도 아니며 즐거움도 고통도 아닙니다. 그저 일어나는 일들이지요. 평범한 인간들의 삶은 그저 그렇게 평범한 일상의 연속으로 이루어집니다. 이게 나쁜 것은 아니지요. 약간 지루할 수는 있지만, 반복은 예측 가능성과 거의 동의어이고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은 매번 새로운 것에 적응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인 동시에 평소에 에너지를 비축해 정말 예측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때 사용할 수 있다는 경제적 의미를 가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판에 박힌 일상은 우리의 삶을 무미건조한 것으로 만들고 심해지면 삶 자체를 온통 무채색으로 물들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이 나 스스로 나의 삶을 조금이나마 밝은 색으로 칠하는 것이겠지요. 그중 한 가지가 바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든 것에 다 “아이고 감사하다” 그러는 것은 제 스스로도 약간 수용하기 어렵습니다만, 어떤 자그마한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감사한 일이네”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소한 것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을 몇 가지 정하고 그것에 대해서 상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들 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그것이 사소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소하다의 의미는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실현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수백억 대 부자가 되는 것, 이런 것은 내가 좋아할 수는 있는 일이지만 사소하진 않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 잔 마시는 것, 퇴근 후 집에 가서 저녁을 먹은 뒤 가족들과 가볍게 산책을 하는 것, 주말이지만 실내 사이클을 25분 정도 타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뒤 보고 싶던 영화를 보는 것 등등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나의 기분을 좋아지게 할 수 있을만한 요소들을 삶이 여기저기에 배치해 두는 것은 지루한 일상을 헤쳐나가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삶에는 궁색한 부분도 있고, 남루한 부분도 있으며, 처절한 부분도 있습니다.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각자의 삶을 실패작으로만 봐서는 삶을 개선시키기 어렵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말은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나아지게 하기 위해 참아야 할 것과 충족시켜야 할 것을 현명하게 구별하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늘 진행되고 있고 성공이나 실패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삶이 설령 지금은 별로라고 하더라도 내일은 조금 더 괜찮아지게 하기 위해 오늘을 사는 것이 결국은 내 삶을 사는 방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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