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마법적인 기적이 일어날 확률 | 기적은 일어나지만 나에게는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RayShines 2024. 12.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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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됐다, 철이 들었다, 다 컸다”는 말을 들으면서 깨닫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사람 일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더 와닿는 것은 “마법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나 철이 들기 전에 봤던 드라마, 영화를 보면 어떤 마법적인 계기에 의해서 인생이 완전히 바뀌는 장면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대부분 긍정적인 쪽이었던 것 같고요. 그런 이야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단순히 선한 마음을 갖고 살면 갑자기 누군가가 우리의 삶을 마법적인 힘으로 들어올린 뒤 더 좋고 더 개선된 다음 단계에 살포시 내려놓아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류의 서사를 가진 동화, 드라마, 영화는 아주 아주 많죠. 단순히 이런 이야기가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라고 치부할 것은 아닙니다. 삶을 살면서 누구나 희망과 기대는 필요한 것이고, 지금의 현실이 아무리 초라하다고 하더라도 더 좋은 미래를 상상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으니까요. 그러나 슬프게도 나이를 먹으면서 한 가지 깨닫게 된 것 중 하나는 ‘내가 기대하던 마법 같은 일이 세상에 일어나긴 하지만, 나에게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기적적인 일이 분명히 일어납니다.

만약 누군가에게 기적적인 일이 하루 동안 일어날 확률이 100만 분의 1, 즉 0.0001%라고 해보죠. 우리 나라 인구가 5000만 명이라고 하면 하루에 50번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건이 한 사람에게 여러 번 일어날 확률은 매우 적을 것이므로 매일 50명에게 그런 기적적인 사건이 일어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하루에 8시간 활동하는 사람에 1초에 한 건씩 새로운 사건을 듣거나 본다면 하루에 28,000건, 대략 하루 3만 건의 사건을 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 달이면 3만 건 x 30일, 90만 건, 어림잡아 대략 100만 건의 사건을 접하게 될 것입니다. 한 달에 새로운 사건을 100만 건 보게 된다면, 위에 이야기한 기적의 임의적 확률인 100만 분의 1을 대입할 때 매달 한 건의 기적은 접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계산한 건 아니고 마이클 셔머라는 학자가 재미삼아 한 계산입니다. 이렇게 보면 기적적인 일이 일어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계산에는 그저 확률이 낮은 사건에 모두 들어있다는 맹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길을 걷다가 건물에서 떨어진 고드름이 내가 하필이면 뚜껑을 열고 들고 있던 따뜻한 아메리카노 컵 안에 쏙 빠져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되는 사건도 저기는 포함되는 일이라는 말입니다. 저 중 우리에게 매우 매우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사건은 몇 건이나 될까요. 저 중 10분의 1정도가 그렇다고 하면 그 사건의 확률은 1000만 분의 1로 떨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매우 매우 드문 사건이 그것도 나의 삶에 있어서 결정적인 시기에 일어날 확률은 매우 적다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살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저 낙관만 하면서 사는 것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더러 있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안 좋은 일도 분명히 일어나니까요. 내 삶에는 언젠가 마법적인 수준으로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으며 나쁠 때를 대비하지 않는 것은 확실시 되는 리스크를 무시하고 희박한 보상만 기다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냥 매일 지금처럼 살아야 하느냐, 이 처참하고 암담하고 우울한 현실을 견디면서 희망조차 갖지 말라는 말이냐,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삶은 서서히 변화합니다. 인간의 변화는 식물의 변화 같은 것이어서 매일 보면 변했는지 알기 어렵지만 1년 전과 비교해보면 매우 크게 변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잎이 무성해지기도 하고, 햇볕 쪽으로 크게 기울기도 하지요, 꽃을 피우기도 하고요. 식물은 급하게 변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자기가 할 일을 합니다. 물을 양껏 빨아들이고, 열심히 햇살 쪽으로 잎사귀를 벌리고, 성심성의껏 나름의 숨을 쉽니다. 그래서 전 인간도 그렇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 순간에 인생이 바뀔 수는 없습니다만, 나의 삶을 좋은 쪽으로 조금씩 조금씩 밀어가는 것은 가능하지요. 식물들이 햇살 쪽으로 조금씩 몸을 돌리고 해가 드는 쪽으로 기대듯 우리도 그렇게 조금씩 우리의 자리를 더 좋은 쪽으로 옮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덜 좋은 쪽을 완전히 떠나 더 좋은 쪽으로 완전히 옮기게 됐을 때 우리에겐 우리 만의 기적이 한 번 일어나는 게 아닐까, 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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