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것 |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응원

RayShines 2024. 12.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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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라는 표현이 있더군요. 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명성을 가지게 됐다는 어찌 보면 자가당착에 가까운 말이지만 현대를 잘 표현하는 말인 것 같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개인이 유명해지는 채널이 매우 한정적이었고, 그 채널 안에 들어가는 입구는 매우 협소했습니다.

그래서 아무나 유명해지기란 거의 불가능했었죠. TV에 나와야 유명해질 수 있는 시대가 있었고, TV 채널이 4개에 불과하던 시절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공채 탤런트, 공채 개그맨 같은 소위 “등용문”이라는 관문들이 있었고, 그것을 통과하면 유명해질 수 있는 목표에 한 발짝 가까워지는 것이 됐었습니다. 그러나 요새는 방송국보다 SNS가 훨씬 더 넓은 파급력과 강한 침투력을 갖고 있고, SNS는 계정만 만들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누군가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에 대해 팔로워 숫자라는 매우 명확히 계량할 수 있는 지표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얼마나 유명한지 몰랐어요, 길을 다녀보고야 알았어요”라는 말이 이제는 정말 옛말이 됐지요. 예전에는 수량화할 수 없었던 명성이라는 개념이 이제는 명확히 수치로 표현이 되는 세상입니다. 

 

예전에도 유명한 사람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이야기했듯 유명해질 수 있는 창구와 경로가 매우 한정적이었던 시절의 유명인들은 뭐랄까요, 압도적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마이클 조던, 마이클 잭슨, 마돈나 같은 사람들이겠지요. 이들이 가진 압도적 재능은 누구도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개인적인 삶은 전 잘 모릅니다만, 이 둘이 코트와 무대 위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세상 많은 사람들을 자극하고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들의 명성, 그리고 이들이 치른 유명세는 “매우 희귀한 재능”이라는 부정할 수 없이 단단한 근거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수긍하고 인정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새 흔히 이야기하는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이들은 과거의 우상들과는 약간 다른 것 같습니다.

이들 전체를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유명한 것으로 유명해진다는 명제가 성립한다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일단 어떻게 해서든 유명해지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과거처럼 어떤 최소한의 검증 장치 - 그것이 무조건 옳고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 도 없이 일단 유명해지기 위해서 무엇이든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지요. 유명해질 수 있는 것도 재능이라고 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지긴 합니다만, 뭔가 내가 어떤 것을 잘 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어쩌면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최소한의 윤리나 도덕 없이 그저 유명해지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고 하는 것은 지금까지 인간의 문명을 지탱해 온 가치 체계를 약간 틀어놓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이용해, 아니면 피나는 노력을 통해 뭔가를 추구하고 경주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여나가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그 결과로 유명해지는 것이 일반적인 성공 문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앞 단계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옅어지며 바로 결론으로 비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코드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조차도 부정하면서 그저 명성을 얻는 것에만 급급한 이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또 그들이 새로운 우상으로 부각되며 그들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면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하루하루 노력하며 살아가는 이들 중 허탈감을 느끼게 되는 이들도 있지 않을까요.

 

세상의 변화는 개인이 어쩔 수 없는 것이긴 합니다. 지금의 세상이 그러하다면 받아들일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유명해지면 무슨 짓을 해도 박수를 받고 큰돈을 벌 수 있다면 그 경로를 택하는 것을 어떻게 무조건 비난만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을 개인의 도덕적 판단으로 저지할 수 없다면, 사회적인 제동 장치를 마련해야 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제가 봐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게 될 가능성이 너무 높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어쩔 수 없는 메가트렌드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다만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이들의 삶과는 별개로, 자신의 삶을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도 충분한 보상이 주어질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갈수록 더 많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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