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사람은 누구나 늙습니다. | 노화의 의미 | 노화에 대한 저항, 역행

RayShines 2024. 12. 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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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늙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역행하려고 노력하기도 하지요. 과연 우린 노화에 어디까지 저항할 수 있을까요.

 

 

 

노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텔로미어라든지 하는 노화에 대한 복잡한 설명들이 있긴 하지만 생물학적 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요새는 더 많이 하기 때문에 생물학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이제 노화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연구한다는 것은 인간의 평균 수명이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겠지요. 의학과 약학의 발전에 따라 치명적인 질병들의 조기 진단율은 증가하고, 만성 질환에 대한 효과적인 약물 치료 방법이 개발되고 있으며, 예전 같으면 사망했을 상황에 놓인 인간도 소생시키는 기술들이 더욱더 훌륭해짐에 따라 우리는 더 오래 살고 있습니다. 인간이 이렇게 오래 살기 전에 연구자들이나 과학자들은 노화나 죽음보다 인간의 탄생이나 발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즉 아이들의 발달이 노인의 죽음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이슈였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태어났고 인구는 계속 늘어났기 때문에 노인들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보다 아이들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키워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과제였음이 분명했으니까요. 그러나 이제 아이들이 태어나는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한 현상으로 보이고, 전체 인구에서 노인들의 비중이 증가하는 것 역시 우리나라나 일본 같은 일부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년 이후의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변화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중년 이후의 인간들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더 깊이 고민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노화가 일어나는 이유는 어찌 보면 일생의 어느 시점에 재생 잠재력을 집중시켜 둘 것이냐 하는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치명적인 부상으로 인한 사망은 어느 연령대에나 비슷한 정도의 타격을 가져올 것입니다. 처참한 교통사고가 났을 때 노인이나 청년이나 아이나 다 심하게 다칠 것이고 사망할 가능성도 비슷할지 모릅니다. 따라서 어떤 역치 이상의 충격은 모든 연령대에 비슷한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우리가 우리 몸에 발생한 에러들을 수정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보면, 노인의 경우 오랜 기간 사용해 왔던 메커니즘에 노폐물 혹은 오염물이 그만큼 많이 축적되어 있을 것이며 에러를 수정하는 메커니즘에도 에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아이들은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낮을 것이고, 에러에 대해서 더 적극적인 대처를 할 것입니다. 노인의 경우 아주 오랜 기간 마모된 기관들을 예전으로 되돌리려면 엄청난 생물학적 비용이 들어가겠죠, 아이들은 그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이 들어갈 것임이 자명하고요. 따라서 자연은 우리의 생물학적 잠재력이나 수리 능력을 인생의 초반에 집중해 두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쉽게 말해 그게 싸게 먹히기 때문이겠지요.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노화는 우리의 자가 수리 능력을 넘어서는 오류가 쌓이면서 현상일 것입니다. 되돌릴 수 없는 정도의 오류, 혹은 되돌릴 수 있는 사소한 오류이나 그 숫자가 너무 많아졌을 경우 우리는 그냥 자가 수리를 포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시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노화를 어떤 식으로 이해하든 노화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현상이고, 사람에 따라 그 속도와 정도는 다를 수 있으나 누구도 피해 갈 순 없을 것입니다. 누구나 젊은 상태의 몸과 정신을 유지하고 싶은 욕망은 있을 것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노화에 무조건 나쁜 요소만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나이가 들면서 좋아지는 것이 그렇게 많지 않긴 합니다만, 몇 가지를 꼽자면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비교적 명확하게 알게 되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우선순위가 정해지며, 다시 또 그 결과 나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 자원,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해야 할지에 대해서 비교적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 같습니다. 또한 장기 시계열을 압축하여 지식과 지혜를 찾아내는 능력도 어릴 때에 비해서는 나아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고요.

 

물론 나이가 들면서 아집과 독단에 빠지는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렇게 늙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슬픈 일일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 중 하나가 자신의 나쁜 것에 대해서 자신은 전혀 모르는 와중에 다른 사람들은 전부 그것에 대해 알아차리는 것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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