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몸이 아픈 것은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RayShines 2025. 2. 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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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플 때 우리가 흔히 하는 생각은 “왜 아플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어떻게 하면 될까” 정도일 것입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이죠.

 

인간은 늙고, 병에 걸리고,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일반적 인구에게 이 흐름은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것이며 섭리에 가깝습니다. 요새 노화에 역행하거나, 노화를 늦추기 위해 자신의 신체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슈퍼 리치들의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됩니다. 충분한 자원이 있고 실제로 자원을 투입해서 노화를 막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 자체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병약해지거나 쇠약해지거나 노쇠해지는 것을 반길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오랫동안 써왔던 신체에 이런 저런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는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왜 아픈 걸까, 왜 나한테 이런 병이 생겼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건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 생각하는 이유는 매우 분명하니다. 원인을 알면 결과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논리적으로는 참입니다.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매우 명확하다면 말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신체라는 것이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는 것에 비극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래서 우리는 온갖 정보를 수집하고 좋다는 것들을 해보기도 하고, 각종 영양제를 챙겨 먹어보기도 하고, 민간요법을 해보기도 하고, 기도를 해보기도, 하고 굿을 해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 대부분이니 뭔가 달라지지 않는 경우 역시 대부분입니다.

 

이런 생각이 가지는 또 다른 맹점 중 하나는 과연 우리가 그 원인을 알고 있다고 해서 그 원인을 바꾸거나 제거할 수가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원인을 알아도 원인을 바꾸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사실 이런 경우가 매우 흔하죠. 어떤 병의 가족력이 있는 것은 내가 바꿀 수 있는 위험 요인이 아닙니다. 부모를 바꿀 수도, 형제를 바꿀 수도 없는 것이지요. 이미 모든 것은 많이 결정되어 있으니까요. 아마도 유전자가 대략 50%를 결정한다고 하면 그 정도는 미리 결정이 되어 있는 상태라고 봐야할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해 내가 이 병에 걸린 것이 나에게 그 병에 대한 가족력이 있기 때문이다, 즉 나의 DNA는 그 병에 걸리도록 사전에 어느 정도 프로그램되어 있었고, 그 기여도가 대략 50% 정도 되었을 것이며, 나머지 50%는 나의 생활 습관이나 환경 때문이었을텐데 나의 가족들과 함께 꽤 오랜 시간을 살아왔던 나는 그들의 생활 습관이나 환경도 공유해왔을테니 내가 어찌 해볼 수 있었을지 모르는 나머지 50%는 실제로는 50%에 미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우리가 가장 많이 헷갈리는 것은 전후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하는 것입니다.

시간적으로 먼저 일어난 것이 나중에 일어난 것의 원인은 아닙니다. 오비이락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듯이 까마귀가 날아오른 것이 배가 떨어진 이유는 아닐텐데 우리는 늘 이것을 헷갈립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원인이 아니지만, 그저 병이 발생하기 전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며 그것을 수정해보려고 노력합니다. 슬픈 일이지만 이런 노력을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지요.

 

 

 

그렇다면 병에 걸린 것을 그냥 받아들이고 죽음을 기다리라는 말이냐, 그런 뜻은 절대 아닙니다.

어떤 누군가에게 어떤 질환이 발생하는 것은 정말 무작위 사건이라고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하고 전 생각합니다. 그저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이지요. 그리고 그 사건이 개인에게 불행을 가져온 것이고요. 왜 그 사건이 일어났을까 꼼꼼히 따져보는 것은 분명히 필요한 일이고, 만약 그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된 병인 동시에 내가 그 원인을 어느 정도 바로잡거나 제거할 수 있다면 그것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맞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비뚤어진 자세로 장시간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보는 것이 나의 시력과 허리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 명확하다면 자세 교정을 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지요. 그러나 모든 병이 이런 식으로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고, 원인을 가려낸다고 해도 내가 바꿀 수 없다면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얼마나 자주 추적 관찰을 하는 것이 발생할 수 있는 안 좋은 결과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것일까, 약이 필요한 것인지, 그리고 필요하다면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래 복용해야 하는 것일까 등을 생각하는 것이 지나간 과거를 끊임없이 곱씹는 것보다 나을지 모릅니다. 병에 걸리고 아픈 것은 슬픈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뭔가 해볼 여지가 남아 있다면 최대한 그것을 해보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 글을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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