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 중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엄청난 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아래 내용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소설을 읽고자 하는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같은 장편 소설로 유명하지만, 단편 소설도 많이 썼던 것으로 압니다. 브래드 피트 주연으로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던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이라는 소설도 피츠제럴드의 작품입니다. 오늘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품은 벤저민 버튼은 아니고 위에 언급했듯이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라는 작품입니다.
피츠제럴드는 풍요로운 시기의 미국의 모습을 지켜봤던 인물이고, 그래서인지 작품 속에 물질과 돈에 대한 이야기가 꽤 많이 나오지 않나 생각합니다.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라는 작품에서는 제목 그대로 정말 호텔만큼이나 큰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있는 가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소설 속에서는 산 하나가 통째로 다이아몬드라는 설정이고, 그 산을 소유한 사람들은 지도에서 그 다이아몬드 산과 그 주변에 위치한 자신들의 거주지를 지도에서 통째로 삭제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부자입니다. 그런데 우연히 자신의 소유지 상공으로 지나가는 비행기는 어쩔 수가 없으니 대공포를 설치해서 비행기는 격추해 버리고 조종사들은 지하감옥에 가두어 두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가문의 가장이 벌이는 가장 소름 끼치는 일은 이것이 아닙니다. 이 집에는 아이들이 있는데 다들 학교에 다니고 있지요. 그냥 가정교사들을 두면 될 거 같기도 한데, 사회 경험을 위해서인지 아이들은 외부의 학교에 보내더군요. 그런데 이 아이들은 방학이 되면 당연히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때에는 학교 친구들을 함께 집에 데리고 오지요. 그리고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자신들만의 것으로 유지하기 위해 지도까지 조작하는 이들입니다. 당연히 엄청난 부와 그 모든 것을 목격한 아이들을 그냥 순순히 집으로 돌려보낼 리가 없겠지요. 그래서 그 가장은 아이들의 친구에게 후한 선물을 준 뒤 죽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친구들을 불러서 자신들이 즐거움을 누리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그것은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죽음조차 방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 모든 과정을 매우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물질만능주의, 배금주의의 가장 천박한 형태 중 하나가 돈을 가지고 누군가의 인간성 자체를 부정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겠지요.
이 소설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 중 하나가 그것이 아닐까 전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가진 부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다이아몬드 산의 존재가 알려지면 전 세계에 공황이 올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몇 명이 죽는 것이 전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자신을 합리화하는 이들의 논리는 가끔 뉴스에 등장하는 돈만 많은 이들의 추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사회에 살고 있으므로 돈은 매우 중요한 것이 맞습니다.
어떤 때는 제일 중요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때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돈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 순간은 매우 매우 드뭅니다. 이런 드문 순간을 일반화해서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나 혼자 주장해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따라서 돈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늘 가장 중요한 것이냐 하는 것에는 의문이 있습니다. 그것이 중요하다면 얼마나 중요한가, 나의 건강, 나의 가족보다 중요한 것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아니라고 합니다. 나의 건강이나 나의 가족과 돈을 바꿀 사람은 거의 없겠지요. 그런데 타인의 건강, 타인의 가족, 그리고 타인 그 자체보다 중요하느냐는 질문은 어떻습니까. 당연히 내 건강과 가족이 중요한 만큼 타인의 그것도 중요해야만 합니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타인에게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와 타인에게 벌어지는 일을 제3자적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존립할 수 있게 하는 기본적 원칙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어떤 돈 앞에서는 안 그런 경우도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것이 참으로 우리를 슬프게도 하고, 처참하게도 하고, 참담하게도 합니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 같다는 생각에 최소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것을 외면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요. 아마도 대부분 그렇지 않을 텐데, 요새 세상을 보면 이 단순한 원칙도 지켜지지 않는 것 같아 헷갈릴 때가 더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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