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간혹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위로를 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들에게 위로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어려울 경우가 많기도 하죠. 차라리 그들에게는 사과를 받고, 위로는 다른 이들에게 구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세상을 살아 나가다 보면 상처를 받게 됩니다. 상처를 주는 측에서 악의를 갖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지나가는 말에, 아니면 그저 그 사람이 별생각 없이 한 행동에 우리가 상처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어떤 경우 그 사람은 그저 자기가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그것이 여기저기 튕겨지다가 나에게 돌아올 때는 날카로운 화살이 되기도 합니다. 많은 이들이 엮여있는 경우 그렇게 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우리는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려면 고립된 채 살아야 할 텐데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닐 겁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면서도 상처받길 원치 않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 두 가지는 양립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는 상처를 감내하면서 살 수밖에 없나 봅니다.
그런데 가끔 우리는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위로를 바라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고 그랬든, 아니면 그저 생각 없이 한 행동이었든, 그 사람의 말과 행동 때문에 상처 입은 나를 위로해 달라고 내 마음을 할퀸 사람에게 요구하고픈 마음이 드는 것이지요. 냉정하게 생각을 해보면 그 사람의 말로 내가 큰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나에게 그리 깊은 상처를 줄리도 없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 가장 의지하고 싶은 사람으로부터 가장 쓰린 상처를 받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세상은 복잡하고 인간관계는 훨씬 더 미묘합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 어떤 경우 그 사람은 의도하지 않았으나 내가 받은 상처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에게는 위로를 구하는 것이 그다지 온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나를 아프게 한 것에 대해서 나를 아프게 한 사람이 어느 정도나 위로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지요. 이럴 때는 나의 아픔의 원인을 제공한 이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지 않을까요. 진심 어린 사과만 받아도 우리의 상처는 어느 정도 아물 테니까요.
그리고 내가 받고자 했던 그 위로는 다른 사람에게, 나를 위로해 줄 만한 힘이 있는 사람에게 구하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내가 가족에게 상처를 받았다면 다른 친구에게, 내가 친구에게 상처를 받았다면 연인에게, 연인에게 상처를 받았다면 또 다른 사람에게 위로를 받는 것이 상황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과 그 상처에 대해서 논의하다 보면 그 사람이 무의식 중에 하는 핑계나 합리화에 또 다른 상처를 받게 될지도 모르고, 그 사람이 자기변호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라도 한다면 “나를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구나”하는 생각에 실망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상처를 준 사람에게는 사과를 받고, 위로는 다른 데에서 구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난 위로받을 사람이 없다고 한다면 그땐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슬프고 아쉽지만 결국 내가 나를 위로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상황을 차분히 되돌이켜 보고, 이 상처가 얼마나 깊은 것인지 잘 되돌아보고, 그리 깊지 않다면 앞으로 나아가고, 너무 깊다면 잠시 쉬면서 상처가 나을 시간을 나 스스로에게 줘야겠지요.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려면 내 스스로를 날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을 한두 가지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게 좋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나 자신과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이 아니라면 그게 무엇이든 괜찮을 것입니다. 산책, 독서, 글쓰기, 음악 듣기, 영화 보기 같은 정적 활동에서부터 싸이클, 로잉, 클라이밍 등 동적인 활동까지 무엇이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억지로 하는 것에 아니라 나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한다는 생각이 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무거운 마음을 떨쳐버리고 또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평소에 든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통과 대화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와 하기는 어렵습니다. (230) | 2025.05.13 |
---|---|
우리는 늘 선택과 결정의 자유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래서 변화할 수 있습니다. (239) | 2025.05.10 |
기억을 잃어가는 킬러 | 녹스 고우즈 어웨이 Knox Goes Away | 마이클 키튼 | 어쌔신스 플랜 Assassin's Plan (253) | 2025.04.29 |
드라마 자칼의 날 감상기 | The Day of the Jackal | 후기 (324) | 2025.04.24 |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많은 이들이 믿으면 진실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56) | 2025.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