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능력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추고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벽에 대고 말을 하는 것 같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죠. 왜 그럴까요.
우리가 사회를 이루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소통 능력일 것입니다. 인간이라면 대부분 상대방의 마음을 어느 정도 짐작을 할 수가 있습니다.
매일 출근할 때마다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하던 상사가 오늘따라 인사도 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자기 자리에 앉는다면 우리는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오늘따라 심기가 불편한지, 어디가 아픈지 등등을 본능적으로, 그리고 자동적으로 생각합니다. 굳이 노력을 하지 않아도 우리의 뇌에서는 이런 프로세스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진행이 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괜찮으시냐, 어디 편찮으시냐, 집에 무슨 일이 있냐 등을 물어보게 되기도 하지요. 그런 식으로 우리는 상대방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누그러뜨려주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되고, 이런 사소한 노력들이 사회를 유지시키는 접합제가 되는 동시에, 구성원들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나 이런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즉 일종의 디폴트 값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것이 없는 이들을 만나면 매우 당혹스럽습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을 상대방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알고 있는 특정 분야의 특별한 지식도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전문가들이 전문용어를 마구 쓰면서 비전문가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그런 나쁜 예일 것입니다. 내가 아는 것을 상대방들도 전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되고, 위화감을 높이게 되며, 서로에 대한 경계와 불신의 벽을 쌓아 올리게 되기도 합니다. 내가 모르는 말을 마구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 혹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으니까요. 이런 일이 그저 직업적 상황이나 전문적인 지식의 분야에 한정되어 발생한다면 큰 문제는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전문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인정이나 존중이 남아 있으니, 그들에게 추가적 질문을 하는 것 또한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일이니 말입니다.
문제는 일상 영역에서 누군가와 소통을 할 때조차 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때 발생합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에만 골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니면 상대방의 말을 들으면서 나의 과거 기억을 탐색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대화, 그리고 더 나아가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위와 같은 상황이 되면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게 아니라 내가 할 말에만 사로잡히게 되어 제대로 들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과정이 심화되면 상대방이 한 말과 무관한 말을 내뱉게 되기도 하지요. 그저 내 생각만 하고 있다가 그것을 할 타이밍만 노리고 있게 될 테니까요. 이것은 좋은 대화와 소통의 태도가 아닙니다.
우리의 눈은 매우 특별합니다. 검은자위는 작고 그 주변을 흰자위가 완전히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선을 조금만 돌려도 우리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 매우 손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사회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누군가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싶을 때 그저 그 사람을 보기만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지 않다, 나에게 집중하고 있지 않다는 것 역시 10분의 1초 레벨에서 간파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대화는 쉬운 것 같지만 어려운 것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무나와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말을 듣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더 그렇죠. 상상과 현실이 마구 뒤섞이고, 시간적 순서도 뒤죽박죽으로 엉킨 채로 자신의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어 신나게 이야기를 쏟아내는 아이의 말을 정말 듣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상대방이 내 말을 잘 듣고 있는지 어른만큼이나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캐치합니다. 이것은 인간의 본능에 가까우니까요. 우리가 좋은 대화 상대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과 대화할 때 어린이와 대화하듯이 하면 됩니다. 상대방의 말이 그 사람이 이 시기에만 할 수 있는 소중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집중해서 듣고 감탄해 주고, 상대방이 말을 멈추고 생각할 때에도 바로 치고 들어가지 말고 조금 기다려주면서 더 이야기해 보도록 독려한다면 우리는 누구보다 좋은 대화 상대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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