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우리는 얼마든지 말할 수 있지만, 경청되어지진 못합니다.

RayShines 2025. 5.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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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마음을 읽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도 없고, 사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을 때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모든 대화의 시작은 경청입니다.

 

 

 

꼭 드라마나 영화 속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가 삶 속에서 누군가와 관계를 유지해 나갈 때 “내 마음을 꺼내서 보여 주고 싶다”거나 “저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어떤 생각인지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누군가의 마음은 어느 정도 지레짐작 할 수 있고, 그것에 상당한 정확도를 보이기도 하나 정작 우리와 정말 가까운 사람, 혹은 우리가 정말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의 마음은 잘 모르겠을 때가 많습니다.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사람들의 마음은 조금 부정확하게 읽어도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나에게 정말 중대한 사람의 마음을 부정확하게 읽으면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중대한 사람은 우리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고 자연스럽게 일상을 공유하거나 소소한 대화를 나눌 때가 많으니 그만큼 상대방의 의중을 제대로 알아차려야 할 빈도 자체가 높습니다. 그러나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우리가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의 정확도는 그다지 높지 않을 때가 많고, 서로 마음이 빗겨나갈 때 오해가 쌓이고, 그렇게 되면 서로 도대체 마음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나에게 정말 중요한 사람, 유의미한 사람이라면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만으로도 오해는 많이 풀립니다.

이야기를 하자는 말의 의미는 “내 이야기를 들어봐”라는 뜻인 경우가 많죠. “니 말을 들어볼 테니 마음껏 이야기해 봐”의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인간은 사실 듣기보다 말하기 좋아하는 존재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할 때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마음이 풀릴 때가 많다는 건 경험으로 아실 겁니다.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의 서사 구조를 만들어내고 더 중요한 문제와 덜 중요한 문제를 나누고 우선순위를 내 나름대로 정하는 과정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이야기할 수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을 솎아내야 하는데, 나는 분명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을 상대방에게 가능한 먼저, 가능한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을 것이 뻔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기회를 주는 것은 그 사람의 문제가 그 사람에게 머무르게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 사람이 그 문제로부터 빠져나올 길을 낼 시간을 주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삶의 도처에 상존해 있습니다. 문제가 없는 삶은 없습니다. 작고 큰 문제, 소소하고 중대한 문제가 늘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요. 결국 인생은 누구를 만나느냐와 어떤 문제를 해결해나 가느냐의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두 가지를 조합해 보면 어떤 문제를 누구와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도 꽤나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는 짐작을 해볼 수 있습니다. 내 주변에 내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는 내가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어떤 조언을 들을 수 있느냐,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 그 둘 다 아니라면 문제를 이겨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날 지켜봐 줄 사람이라도 있느냐의 문제가 되니까요. 따라서 무엇도 중요하지만 누구도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좋은 누군가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누구에게나 이야기할 기회가 널려 있습니다.

성능 좋은 메가폰을 하나씩 다 들고 있지요. 어디든 글을 올릴 수 있고, SNS에 하루 종일 이야기를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 하나 없습니다. 말할 기회는 무한대까지 늘어났고, 그래서인지 말의 인플레이션은 너무나 과도합니다. 누구도 누군가의 말을 주의 깊게 듣거나 누군가 쓴 글을 곱씹어 읽으려 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말할 기회는 너무나 많지만, 경청될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받을 수 있는 위로가 분명히 존재하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찾게 될 수도 있습니다.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을 때 한없이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는 경우를 흔치 않게 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그저 누군가의 작은 손길일 뿐인데 말입니다. 우리는 경청되길 원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누군가를 경청해 주는 것이 그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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