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단히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드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임을 알면서도 누군가의 마음에 들고 싶으니까요.
곰곰히 생각을 해보면 우린 누군가의 마음에 들고 싶어 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랑받고 싶고, 누군가에게 중요하고 유의미한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세상에 태어난 이유 중 하나가 사랑받기 위해서라는 노래가 있듯이,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로부터 관심과 애정을 받아야 합니다. 인간은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한 인간이 가진 내재 가치는 그 사람의 경제적 성과나 사회적 성취로 계량할 수 없습니다. 모든 인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유의미한 존재이며, 그 자체로 존재의 가치와 이유를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존재 자체는 부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인간은 부정 당하지 않아야 할 것이고, 이 말은 그 존재 자체가 숭고한 것이라는 말과 거의 같습니다. 모든 숭고한 것은 사랑받아 마땅할 테니 모든 인간은 사랑받을 수 있겠지요. 아름다운 세상에서라면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서로 미워하고, 서로를 헐뜯고, 서로를 책잡기 위해 꼼꼼히 훑어보기도 합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날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내가 그다지 호감을 갖지지 않은 사람은 나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보이기도 합니다. 내가 마음에 들고자 하는 사람은 세상에 그다지 많지도 않은데, 그 사람들의 마음에 들기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당연히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아름다운 명제는 우리의 일상에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슬픈 일이지요.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해주려고 하는 것, 그 사람이 원하는 모습으로 나 자신을 바꾸려고 하는 것, 그 사람이 원하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말하려고 하는 것, 이 모든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어쩌면 사랑이 이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다보면 “지금 이게 정말 내 모습인가”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내 자신만의 생각을 해서는 안되는 걸까 하며 눈치를 보게 되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면 많은 경우 공허함이 찾아옵니다. 내가 날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살아왔던 것에서 회의가 발생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과연 내가 타인 지향적으로 사는 것이 내 인생에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느냐는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듦으로써 존재의 이유를 찾는 것은 내 존재의 당위를 확보하는 좋은 방법이긴 합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내가 나로써 존재하는 과정 중에 누군가에겐가 받아들여지는 것이겠지요.
연예인들이 그런 말을 많이 하지요.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 없고,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할 수 없다. 그런데 사실 우리 범인들은 모든 이들이 날 좋아하길 바라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저 한 사람이 날 좋아해주길 바라는데 그조차도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야속할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나 자신의 모습을 변형시키기 위해 존재하진 않을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는 이런 사람이야 하며 무작정 나 자신을 주장하고, 선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으니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의 예의 범절과 태도를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저 난 이런 사람이니 너희가 받아들여라는 태도는 유아적이지요. 상대방이 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갖추는 것이 성인이 가져야 할 태도입니다. 만약 그 정도를 갖추고 있다면 그 다음은 정말 운의 영역이 아닐까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무리없이 받아들여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그것은 천운일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럴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무리해서 나 자신을 어떤 기준에 욱여넣을 수도 있겠으나, 내 삶에 충실하게 살아나가며 나를 받아들여줄 수 있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인생은 나 자신을 찾아나가는 여정이지, 나 자신을 잃어나가는 과정은 아닐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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