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어떤 주제에 너무나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은 시야를 좁아지게 하고, 조망을 짧아지게 만듭니다.

RayShines 2025. 5. 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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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주제에 너무나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은 시야를 좁아지게 하고, 조망을 짧게 만듭니다. 

 

 

 

요새는 뭔가에 과몰입하기 정말 좋은 시기입니다.

예전 같으면 너무 협소해서 이야기를 나눌 상대를 찾기조차 어려운 주제에 대해서도 토론 상대를 찾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SNS도 있고, 인터넷 커뮤니티도 있고, 온갖 메신저들도 있으니 전 세계에서 나와 같은 주제에 몰입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상대를 바꿔가면 그 주제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습니다. 지구가 평평한지, 백신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지금 월스트릿에서 어떤 음모가 펼쳐지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매우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뭔가를 믿게 되는 것, 어떤 것을 완전한 사실로 믿게 되는 것을 촉진하는 과정 중 하나가 그것에 대해서 끝없이 이야기 나누며 깊이 반복해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어떤 논의를 할 때 보면 그들에게는 어떤 개념이나 명제가 그저 공기처럼 당연합니다. 이들은 그것에 대해서 매우 몰입하고 집중해서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에 그 개념이 뇌 속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 번 그렇게 되면 그것은 그냥 사실이 됩니다. 우리가 1+1=2라는 것에 전혀 의심을 가지지 않듯이, 어떤 이들에게는 다른 것이 그럴 수 있는 것이지요. 어떤 명제에 대해서 의심을 하지 않는다, 그 말은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며, 그 이후에 벌어지는 많은 논의들은 그 초석 위에 쌓아 올려짐을 의미합니다. 그 위에 많은 논의들이 쌓일수록 그 기저를 이루는 명제들은 더 공고해집니다. 이제는 바꾸려야 바꿀 수 없는 진리가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짐작하시겠지만 논의가 더 전개되며 다른 이들에게는 사실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다른 이들은 한 번도 들어보지도 못한 개념들이 그 주제에 과몰입한 이들에게는 완전한 사실, 그리고 절대적 진리가 됩니다. 그렇게 시간이 좀 흐르고 나면 과몰입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을 보며 “무지하다, 무식하다”는 평가를 내립니다. 자신들은 숨 쉴 듯이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 것들을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구니까요. “상식이 없다”는 말이 쉽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과몰입은 그래서 위험합니다. 자신이 앉아 있는 방에 있는 협소한 창문으로만 세상을 보면서 그 창에 보이는 풍경이 세상 전부라고 생각하고, 그 풍경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이들을 싸잡아서 무지렁이 취급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같은 의견을 가지는 사람들만 모인 작은 방이 수십 만개나 모여있는 거대한 구조물, 그리고 그 방 한 구석의 수십 만개의 작은 곁창으로만 세상을 보는 것이 과연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해주는 것일까요. 제각각의 방향으로 나 있는 그 좁은 창을 통해서만 세상을 보면서 옆 방에서 보이는 풍경보다 우리 방의 풍경이 낫다고 우기는 것이 과연 그렇게 의미 있는 일일까요. 

 

 

누구나 자신의 것이, 자신이 이뤄낸 것이, 자신이 사는 곳이,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자신의 차가, 자신의 휴대전화가 제일 소중하고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늘 최고는 아닐 수도 있지 않습니까. 

내 나름으로는 최선의 결정을 내린 결과일 수 있으나 남들에게도 그렇진 않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사정이나 맥락이나 서사가 있고, 그에 따라서 어떤 것은 선택하고 결정을 내립니다. 나에게는 최선이거나 혹은 어쩔 수 없는 차선일 수도 있겠으나 그것이 보편적인 최고나 최선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내가 가진 풍경이 옆 방 풍경보다 낫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렇게까지 옆 방을 깎아내리고 헐뜯을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내가 지내고 있는 이 방이 내가 이뤄낸 모든 것이고, 나의 정체성이고, 나의 모든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거나 비난할 수도 없습니다. 사실이니까요, 저도 그렇고요. 그러나 내가 내가 가진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타인도 그렇습니다. 내가 내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그 생각만으로 성립합니다. 옆 사람 것을 부숴야만 내 것이 소중해지진 않습니다. 소중한 내 것이 과몰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옆 방 것을 망가뜨리는 것에까지 과몰입한다면 그것이 폭력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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