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알코올성 근시 Alcoholic Myopia | 알코올은 우리의 종결 욕구를 증폭시킵니다. | 가정 폭력의 55%가 음주 후 발생

RayShines 2025. 7.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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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성 근시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술을 마시면 우리의 조망이 매우 근시안적으로 바뀐다는 뜻입니다.

 

술은 인류와 함께 해왔던 물질입니다. 잘 익은 과일에 이스트가 달라붙어서 발효를 하면 나오는 물질이 알코올이므로, 자연에서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들이 집에서 술을 빚는 것이 그리 보기 어려운 풍경은 아니었고, 영화나 만화를 보면 교도소에서도 술을 빚을 수 있으니 다른 물질들에 비해서 구하기 매우 쉬운 물질에 속합니다. 얻기가 쉽다는 것은 그만큼 접근하기 쉽다는 의미이고, 사회에 넓게 확산하여 깊게 침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인지 술은 인간의 삶에서 분리해 내기 불가능한 물질임에 분명합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도, 나쁜 일이 있을 때도, 날씨가 좋을 때도, 날씨가 궂을 때도 인간은 늘 술을 마십니다. 적당히 마신다면 건강에 큰 해를 주지 않을지도 모르고, 또 가족이나 친구들과 술을 즐기는 것은 분명히 인생의 즐거움 중에 하나입니다. 문제는 과도한, 혹은 빈번한 음주입니다.

 

 

 

우리의 뇌는 어떤 책무가 주어지면 그것을 완료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종결 욕구라고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지금의 프로세스를 끝내고, 다음 프로세스로 넘어가게 해 줍니다. 뇌에 가해지는 인지적 부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을 것이고, 안 그래도 에너지의 20%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뇌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종결 욕구는 우리가 삶에서 끝없이 발생하는 사건들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하게 해 줍니다. 문제는 종결 욕구가 너무 앞서서 신중해야 할 때조차 성급한 결론을 내리게 될 때입니다. 그리고 알코올은 우리의 종결 욕구를 때때로 극단적으로 높입니다.

 

 

 

술에 의해 우리가 뭔가를 너무 빨리, 너무 성급하게, 너무 경솔하게 결론 내리고자 하는 경향을 알코올성 근시라고 부릅니다.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 빨리 결론을 내리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대한 문제, 복잡한 문제, 고려해야 할 정보의 양이 많은 경우, 참고해야 할 새로운 정보가 많은 경우는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만약 어떤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기 위해 내가 잘 몰랐던 것들에 대해서 차분하고 꼼꼼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불완전한 지식만을 가지고 결론으로 점프하면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술은 우리를 이렇게 만듭니다. 장기적으로 봐야 할 것들을 시야에서 지우고, 눈앞에 있는 것들에만 몰두하게 만듭니다. 처리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정보들은 깊숙이 숨어 있는 폴더에 넣어두고, 바탕화면에 있어 파일 이름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훤한 익숙한 정보들만 가지고 결론을 도출하게 합니다. 다시 말해 알코올은 우리의 장기적 조망을 끌어당겨 우리의 발 밑만 보게 만듭니다. 우리를 근시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알코올성 근시가 되면 항상 나쁜 것은 아닙니다.

만약 축하할 일이 있어서 가족들과 술을 마셨다고 해보죠. 그럴 때면 우리는 “걱정거리는 일단 잊고(장기적 조망은 일단 치우고), 오늘은 축하하자(단기적 조망에 집중하자)!”고 이야기합니다. 이것은 알코올성 근시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일이 있는데 10년 뒤 미래의 걱정을 가불 받아서 하면서 오늘까지 망칠 이유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너무나 우울한 일이 있다고 해보죠. 그래서 혼자 술을 마셨습니다.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니 술에 꽤 취하게 됐습니다. 이때 알코올성 근시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요. 나를 우울하게 만들어서 술을 마시게 한 그 문제에만 집착하게 됩니다. 가까운 문제이니까요. 멀리 보면 나아질 수 있는 것들, 장기적 계획을 세우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를 붙잡고 우울하게 만드는 문제에만 천착하게 만듭니다. 이런 경향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충동적 행동, 돌이키지 못할 행동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것이 알코올성 근시의 가장 나쁜 영향이겠지요.

 

 

 

술이 널리 퍼져 있고, 제도권 내의 합법적 물질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술이 유해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술이 가져오는 알코올성 근시의 한 증거가 가정 폭력입니다. WHO에 따르면 가정 폭력의 55%가량이 음주 후에 발생합니다. 폭력을 휘둘렀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에 대한 장기적 시야는 사라지고, 눈앞의 시야에 들어온 문제를 극단적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종결 욕구의 증폭이 그 원인일 것입니다. 적당히 마실 자신이 없다면 어떤 날은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결정입니다. 음주를 조절할 수 없는 심리 상태라면 알코올성 근시가 매우 심해져 바로 눈앞에 있는 것만 보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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