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균질성이란 | 균질한 동네 | 균질한 학군

RayShines 2025. 7.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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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균질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지역은 균질하다는 이유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기도 하는 것 같고요. 

 

 

 

저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가끔 여기 저리 올려져 있는 글을 보다 보면 "OO은 매우 균질하기 때문에 아파트의 가격이 비싸다"는 내용을 보게 됩니다.

거기서 균질하다는 의미를 대략 추측해 보면 거주자들의 소득, 직업, 자산 규모, 학력, 라이프 스타일 등등 여러 가지 요소들 중 상당수가 서로 매우 비슷하고 그래서 그런 부모를 둔 아이들도 매우 비슷하며, 그로 인해서 매우 안정된 학군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어떻게 보면 참 좋은 것이기도 합니다. 비슷한 집안 사정을 가진 아이들이 모여 친하게 지내면서 안정적인 미래를 그려 나가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자신의 자녀가 안정적인 삶을 살길 바라는 걸 마다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저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듭니다. 뭔가가 균질한 것은 아마 좋은 것일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혹시 뭔가가 "균질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애당초 균질하기 어려운 것들이 균질하길 바라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어찌 보면 자연스럽지 않은 그 균질성이라는 것을 찾기 위해 아주 큰돈을 들이고 다른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이사를 가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물질은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자연의 이치입니다. 물만 통과할 수 있는 경계막을 사이에 두고 농도가 다른 두 용액이 있으면 물속에 녹아 있는 물질은 그대로 있고 물이 이동하기도 합니다. 아주 오래전에 배웠던 지식을 떠올려 보면 이를 삼투압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확산하지 않을 것 같은 물이라는 절대적 물질도 확산을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그러면서 뭔가가 섞여 나가기도 하는 것 역시 자연의 섭리인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연은 대부분의 것을 허용한다고들 합니다. 자연은 일단 넓은 마음으로 무엇이든 자연이라는 커다란 장에 출현하도록 허용합니다. 그리고 나서 그 새로운 개체가 적응하지 못하고, 경쟁에서 떠밀리면 도태됩니다. 이는 자연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다윈이 진화와 자연선택설을 창안한 이후 많은 이들이 이 이론을 믿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는 뭔가 새로운 것, 뭔가 다른 것이 나타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며, 옛 것과 새것이 서로 섞이는 것 역시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며, 다양한 개체들이 무작위적으로 흩뿌려진 듯한 분포로 살아가는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들 이야기합니다.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찬 동네는 참 살기 좋습니다. 단지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다양한 인프라들이 충분히 갖춰져 있어 생활환경이 너무나도 탁월하죠.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고, 유해시설도 적고, 학교와 학원이 가까워서 교육에도 좋고요.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서로 비슷한 생활 수준으로 살아가니 안정감을 느끼며 살 수 있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니 집값이 아주 비싸도 당연히 정당화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드는 생각은 우리가 뭔가 균질한 것을 찾는 것에 너무 현혹된 나머지, 우리 삶의 경로나 결과도 모두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균질한 곳에서 자라면 균질한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모르긴 몰라도 높겠죠.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최선의 선택이 아닐지는 몰라도 최악의 상황은 막아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균질한 결과를 담보하는 것은 아마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닐 것이며, 그것이 무조건 좋은 것일지는 생각을 조금 더 깊이 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것이 다 똑같은 세상은 아마도 발전하기 어려울 것이고, 더 큰 문제는 모두가 동일한 구성원으로 이뤄진 사회는 어떤 충격이 한 사람에게 작용하고 끝나는 것이 아 니라 그것이 모든 이들에게 동일한 타격을 주며 와해될 수 있다는 게 아닐까요. 지금 바나나가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대다수의 바나나가 같은 DNA 조성을 갖고 있어 전염병이 창궐하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사람이 그렇게 될리야 없겠습니다만, 삶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일들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할 수 있는 다양성이 확보되었기 때문에 인간이 진보해 왔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으니 균질성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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