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어른, 더 나아가 좋은 노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예전에 시오노 나나미가 쓴 “남자들에게”라는 책에서 시오노 나나미가 이탈리아 영화의 거장인 페데리코 펠리니와 한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가 그에게 젊은이들에 대한 생각을 물었습니다. 그에 대한 펠리니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고 합니다.
"젊은이? 내가 어째서 젊은 세대에 관심이 없냐고? 뻔하잖아. 난 내 나름대로 청춘을 충분히 만끽했어. 그러니 청춘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지금 이 시간을 충분히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네. 다른 이의 청춘에까지 얼굴을 들이밀 여유는 없다네."
이 글을 처음 읽은 것이 2009년이니 지금보다 제가 16년이나 젊을 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때 그의 말에 매우 공감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가 들고, 늙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노인이 됩니다. 몇 살부터 노인이 되느냐에 대해서는 계속 이견이 있었고, 인구의 노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현재 여러 국가에서는 그 정의에 대한 논의가 분분합니다. 노인의 시작 나이를 너무 젊게 설정하면 국가적 부담이 커질 것이 뻔하고, 너무 늦도록 설정하면 실제로 노인인 인구들이 노인으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혜택을 못 받게 될 것이니까요. 어려운 문제이고, 이 글에서 다룰 수 있는 수준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쨌든 누구나 노화와 노쇠를 피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인간의 기대여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우리는 아마 상당히 오랜 세월을 노인으로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젊은이들이 본받을 수 있고, 젊은이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노년을 맞이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닌 사람들도 분명 있을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제가 글의 시작을 펠리니의 인터뷰로 한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인간에게는 분명히 신체적, 정신적 전성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전성기를 구가하는 개인들이 한 세대를 이루며 사회를 발전시켜 나가기도 하고, 새로운 물꼬를 트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성기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으며 누구나 결국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그룹이 다시 또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이 흐름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며,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세상과 상황과 기술이 변해서 과거의 지식으로는 전성기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들이 고집스럽게 그 자리에 남아있겠다고 주장한다면 분명히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펠리니의 말은 날카롭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 특히 지금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는 인구의 삶에 기웃거리는 것은 아마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노인들의 연륜과 경험, 지혜와 포용력 등 노년기에 갖출 수 있는 덕목들까지 무시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은 분명 변화를 원하는 사람과 안정을 원하는 사람들이 둘 다 필요합니다. 변화를 원하는 이들만 있으면 사회는 성숙할 기회를 잃을 것이고, 안정만 원하는 사람들만 있으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것임에 뻔하니까요. 결국 항상 두 세력이 정반합을 이루며 세상은 서서히 항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을 바꾸는 것이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생각을 하는 것이 편하고 수월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으로 사는 것이 안정적인 삶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이 갖고 있는 생각은 급진적으로 여겨지며, 그들이 하는 행동은 관행 파괴적이라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어렸을 때를 생각하고, 자신의 젊음과 작금의 젊음을 비교하며 현재의 젊음은 타락하고 해이하며 방만하고 나태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좋은 어른이 되어서 좋은 노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이런 생각을 덜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태어난 시대와 세상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 시대였던 사람과 태어날 때부터 아이폰과 갤럭시를 썼던 사람들에게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고 비난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누구나 시대의 산물이니까요. 변화를 인정하고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며, 받는 이들이 원치 않는 조언과 훈수는 하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이들의 삶에, 특히 젊은 세대에 삶에 기웃거리는 것이 어쩌면 참으로 피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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