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는 학원이 있다고 하더군요. 어떤 것이든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외주할 수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두발 자전거 타기는 사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통과의례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상당히 독특한 과정입니다.
자전거를 못 탄다고 해서 인생을 살아나가는 데 있어 큰 문제가 생기거나 장애가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두발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아이가 한 걸음 더 성장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부모에게도 그렇고, 아이 본인에게도 그렇습니다.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며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은 우리네 인생과 비슷하기도 하고, 자신의 몸 외의 어떤 기계와 하나가 되어 그것을 통제하는 것 자체도 새로운 경험이 됩니다. 무엇보다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달려 나가는 것은 너무나도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니까요.
어린 시절 두발 자전거 타기를 배우던 때가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부모님이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주고 계속 굴리라는 말을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잘 안되지만 넘어지지 않으려면 계속 페달을 굴려야 한다는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지며 그 사이에 연결고리가 생기는 순간 뭔가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문 중 하나가 열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됐던 것도요. 그리고 마침내 내 힘으로 자전거를 굴리게 됐을 때 우쭐해지던 기분도 생각이 납니다.
아이를 키우며 아이가 처음으로 두발 자전거를 타는 것을 지켜봤을 때, 어린 시절의 제가 떠오르기도 하고 그때 저를 지켜보던 부모님의 시선과 마음이 이제야 이해되기도 하고,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아이가 대견하기도 하더군요. 그 경험 자체가 부모인 저에게도 다른 것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새롭고 이질적인 그 무엇인가였습니다. 이것을 비유할 수 있는 경험 자체가 일단 제 기억의 목록 속에는 없었습니다. “내 아이가 처음으로 자전거 타는 것을 지켜보던 것”, 그 자체가 고유한 하나의 카테고리인 동시에, 그 카테고리에 들어있는 고유하며 유일한 하나의 동영상 파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고유한 경험들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무엇인가를 가르쳐야 할 때 발생하는 좌절을 지켜보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그리고 내가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나 하는 생각 때문에 내 스스로 죄책감이 들어 그것을 짜증으로 표현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선 안되겠지만, 머릿속에 있는 게 늘 행동으로 옮겨지는 게 아닌 것은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과정을 겪고 난 뒤 비로소 자전거를 타게 됐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은 그 과정 속에 발생했던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들을 해소하기 충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전거 타기를 가르치며 아이와의 관계가 나빠질 것을 저어하여 전문적인 교육을 받게 하는 것도 물론 좋은 선택이고 존중합니다만, 조금 달리 생각해 보면 그것이 아이와의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양육은 인간이 해야 하는, 혹은 할 수 있는 책무 중 가장 어렵고 무거운 것 같습니다.
어떤 때는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아이에게 너무 길고 깊은 영향을 주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하죠. 그리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일종의 실험에 가깝고, 그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며,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에 들면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인은 늘 그런 과정을 거치며 성장해 왔고, 인류 역시 그런 과정을 통해 발전해 왔습니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우리의 예상을 넘을 정도로 강력하긴 하지만, 동시에 한 개인이 이겨낼 수 있는 역경과 고난의 정도 또한 우리의 기대를 아득히 뛰어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부모가 혹여 양육 과정 중에 실책을 범했다고 하더라도, 한 인간이라는 존재로서의 아이는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분명히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마도 어른이 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아이를 모든 안 좋은 것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안 좋은 것에 노출된 이후에도 이겨내는 경험을 하게 해줌으로써 자생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심지어 그 안 좋은 것이 부모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힘든 경험이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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