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화낼 이유는 한 번 생기면 평생을 간다.

RayShines 2025. 8.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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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낼 이유는 한 번 생기면 평생을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번 생긴 응어리는 쉽게 녹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화낼 이유는 한 번 생기면 영영 간다”는 말은 철학자 애그니스 캘러드 Agnes Callard가 한 말이라고 합니다. 뭔가에 분노할 이유가 생기면 그것은 영구적으로 지속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전 적어도 저 말이 늘 그렇지는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평생 사라지지 않은 분노를 촉발한 사건이 한두 개 정도는 있기 마련입니다.

 

 

 

분노는 분명 자기 파괴적인 감정입니다.

분노가 행동으로, 특히 공격 행동으로 이어지면 그때는 자기 파괴를 넘어 타자에 대한 파괴를 야기합니다. 문명화된 사회의 시스템이 가장 주의 깊게 제약하려고 하는 것이 바로 타인에 대한 공격 행동입니다. 폭력이 옳다고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도 없고, 폭력을 용인하는 법률도 없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경찰이나 군대 등 조직화되어 있는 동시에 절제된 방식으로 폭력을 사용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 국가도 없습니다. 개인이 발생시키는 무분별하고 통제를 벗어난 폭력에 대해서는 적절한 폭력적 응징을 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 어느 사회나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정교하게 조율된 폭력 외의 폭력을 용인하는 사회는 없으며, 특히 조직화된 폭력이 무분별하게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 어떤 시스템도 방관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시스템 전체를 허물어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개인이 가지는 특정한 사건이나 사람에 대한 분노는 폭력을 조직화하지는 않습니다.

그 사건이나 사람을 생각하면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그때 더 공격적으로 응징하는 것에 대한 후회가 느껴질 뿐이지요. 과거의 분노를 해결하자고 폭력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아니 거의 없지요. 하지만 집단 내에 어떤 형태로든, 어떤 계기로든 많은 개인에게 비슷한 연유를 가진 분노가 쌓이기 시작하고 그것이 저축되고 응축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저축된 분노는 개인들이 군집을 형성하게 만드는 강력한 에너지입니다. 특히 요새처럼 서로 일면식도 없는 개인들 간에 무한한 숫자의 연결이 가능해진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때 분노는 그 이유와 무관하게 정당한 것이 되기 쉽습니다. 많은 사람이 같은 이유로 분노한다면 그것은 정당하지 않아도 정당한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분노는 서서히 조직화되고, 종국에는 조직화된 계획적인 행동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참담한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요.

 

 

 

이런 분노가 불합리한 구조나 부조리한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럴 때는 부당한 것에 분노하는 것이 사회적인 선이 됩니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단순히 내가 화가 난다고 해서 지금의 상황이 불공평하다는 것은 아닌데, 많은 이들이 그 분노를 승인하고 인정하면 상황의 공정성과 무관하게 그들의 분노가 공정한 것이 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 경우 분노는 사회적 악이 되기도 합니다.

 

자신을 화나게 했던 어떤 것, 어떤 사람에 대한 분노를 평생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 과연 개인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됩니다. 그것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나의 내부에서 갉아먹고 파괴하는 암덩어리가 되기도 합니다. 분노의 이유를 잊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반드시 앙갚음하겠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스스로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의 연대를 통해 나의 분노에 양분을 공급하고 불쏘시개를 계속 밀어 넣는 것 역시 개인의 차원에서도, 사회적 차원에서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의 목적 중 하나는 아마 그저 잘 살아나가는 것일 겁니다. 물질적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내 삶으로서 잘 살아나가는 것 말입니다. 그 연료로 무엇을 쓸지는 개인적 결정과 판단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분노일지, 점진적 발전일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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