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드라마 언테임드 Untamed | 수사물로서는 범작이지만 상흔과 극복에 대한 이야기로서는 나쁘지 않습니다. | 감상기 | 후기

RayShines 2025. 8. 20. 07:00
반응형

드라마 언테임드 Untamed 를 보고 써보는 감상기입니다. 스포일러가 매우 많으니 주의해주세요.

 

언테임드라는 드라마가 꽤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보니 요세미티 국립공원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에릭 바나가 수사하는 내용이라고 하더군요. 에릭 바나는 제가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고,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광활한 풍광을 한 번 보고 싶기도 해서 플레이를 해봤습니다. 중앙 정부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야생에서 인간의 난폭성과 공격성이 드러나는 영화는 꽤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테일러 쉐리던의 국경 3부작 중 “헬 올 하이 워터(Hell or High Water)”나 “윈드 리버(Wind River)”가 그러합니다. 국경과 광대한 대자연에서는 거기서만 통하는 룰들이 있습니다. 인간이 정하는 룰도 있지만, 인간이 그저 따를 수밖에 없는 자연의 법칙들이 인간은 그 힘 앞에 나약한 존재가 됩니다. 

 

 

 

언테임드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엑스파일이나 트윈픽스 류의 초자연적 현상이 얽혀 있는 스릴러는 아닙니다. 그리고 극이 진행됨에 따라 살인 사건은 장치 중 하나이고 결국 상처 받은 인간들, 그들이 감추고 있는 비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사물로서의 점수는 높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아래부터는 본격적인 스포일러가 나오니 유의해주세요.

 

에릭 바나는 아들을 잃은 연방 수사관을 연기합니다. 아들의 죽음 이후 그는 술을 마시기 시작하고, 사람들과도 잘 지내지 못합니다. 매우 유능한 수사관이지만 그는 아들의 환영을 보며,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아들과 함께 유성우를 보며 소원을 빌기도 합니다. 그런 그에게 요세미티는 아들과의 추억이 담겨진 공간인 동시에, 아들을 앗아간 비정한 공간입니다. 하지만 그는 요세미티를 떠날 수 없습니다. 요세미티를 떠나면 그나마 환영으로 그의 삶에 찾아오는 아들을 놓칠 것 같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죽은 여성의 신원을 파악하고, 그녀의 행적을 따라잡으며 그는 국립공원의 비밀스러운 장소에서 벌어지는 불법적인 마약 제조 현장을 알아내게 됩니다. 그리고 일당을 일망타진 하지만 그는 그녀의 죽음이 마약 제조범들과는 무관함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 그의 옛 동료를 찾아나서고 결국 다른 동료의 도움으로 그 역시 처단합니다. 그런데도 극은 끝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수사극이라면 여기서 그냥 극이 마무리 되고, 다들 슬프지만 행복을 찾아 살아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죽은 여성, 루시 쿡의 과거를 다시 찾아나서고, 그녀가 자신의 상사의 딸임을 알게 됩니다. 그의 상사는 가정이 있었고, 그녀를 돌볼 수 없었기에 실제로는 사이비 종교 단체의 교주가 운영하는 위탁 가정에 그녀를 유기합니다. 그곳에서 탈출한 그녀는 그의 상사의 곁을 맴돌게 되고, 자신의 손녀를 그 위탁 가정에 데려가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그의 상사가 그녀를 쫓던 도중 그녀에게 총상을 입히고 그녀는 엘 캐피탄에서 몸을 날려 자신의 삶을 마무리합니다.

 

극에서 에릭 바나는 아들을 잃고 모든 것을 잃은 채로 살아갑니다. 반면 그의 상사는 자신의 원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딸을 버립니다. 그리고 버림 받은 채로 자신의 아빠가 자신을 데리러 올 날만을 기다리고 있던 그녀는 아빠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요세미티로 돌아온 뒤 성인이 되어, 그 모든 분노를 생부에게 쏟아냅니다. 이것이 언테임드의 중심을 꿰뚫는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자식이란 무엇인가, 자식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이 부모이고, 자식을 잃으면 다른 그 어떤 것도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 부모일진데, 또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핏줄을 아무렇지 않게 내팽게치기도 합니다. 이 두 상황이 강력한 대비를 이룹니다. 하지만 그의 상사 역시 극 중에서 악인은 아닙니다. 주인공을 돌봐주고 염려해주는 아버지 같은 존재입니다. 그가 악의를 갖고 하는 행동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저 선의로 한 행동들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을 뿐입니다. 우리 평범한 인간들이 하는 많은 행동들이 그렇듯 말입니다. 

 

주인공은 호수에 몸을 던져 아들은 뒤따르겠다는 계획을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합니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난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아들에게 이야기하자 아들은 “괜찮아 아빠”라고 하며 주인공을 위로합니다.

 

언테임드에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깊이 공감하게 되는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슬픔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 고통을 무엇으로 메울 수 있을 것인가, 내 자식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를 세상에서 없애버린다고 해서 그 아픔은 과연 사라질 것인가 하는 여러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어디에 있든, 어디로 가든, 항상 죽은 아들과 함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의 상사는 자신의 딸을 사이비 종교 단체에 유기해버리고는 “그 부부가 좋은 사람들”이라고 여기며 그저 잘 지낼 것이라고 믿을 수 있었던 것이 그 아주 나쁜 예일 것입니다. 슬프지만 말입니다. 그의 아들도 그가 행복하게 잘 지내길 바랄 것입니다. 우리도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행복하길 바라듯 말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