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선입견과 편견은 분명히 우리의 시야를 좁아지게 만들고, 결론으로 비약하게 만들며, 불필요한 혐오에 불을 붙이기도 합니다. 편견은 아무런 저항 없이 매우 쉽게 생겨나지만, 그것이 없어지는 것 역시 순식간인 경우가 많습니다. 단 하나의 반례만 있어도 편견이 옅여지기 때문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선입견과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뇌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발생한 고육지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진 네 발 달린 털짐승이 나를 향해 입을 벌리고 포효하면 그것이 늑대든, 호랑이든, 표범이든 일단 도망치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때 편견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면서 그 동물에 대해 처음부터 꼼꼼히 알아가 보자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전략이니까요. 우리의 뇌는 이런 식으로 비슷한 형태나 유형의 정보는 하나의 범주로 만들고 하나의 폴더 안에 집어 넣어버립니다. 이것을 범주화라고 부르는데, 이 범주화 때문에 우리는 편견과 선입견의 노예가 되기도 합니다. 특정 지역, 학교, 직업군, 국가, 스포츠팀의 팬들에 대해서 특정한 의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좋은 의견을 갖는 경우도 있지만 안 그런 경우가 더 많습니다. 왜냐하면 범주화가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지점은 우리가 내집단과 외집단을 나눌 때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와 그들을 나눌 때 범주화를 통한 단순화는 막강한 위력을 드러냅니다. 우리는 착한데 쟤네들은 악해, 우리는 청결한데 쟤네들은 불결해, 우리는 공평한데 쟤네는 불공평해, 우리는 정의로운데 쟤네는 사악해 등등 내집단에 대해서는 바람직한 가치를 부여하고, 외집단은 악마화합니다. 이 과정은 매우 자연스럽게,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이 편견을 갖고 누군가를 대한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편견은 해당 집단의 평균적 특질을 그 집단의 특정 구성원에게 무분별하게 적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특정 인종이 게으르다, 특정 지역의 사람들은 거짓말을 많이 한다, 특정 국가의 사람들은 성실하다 등등을 굳건히 믿고 그것을 그 집단에 속하는 개인을 만났을 때 “재도 그렇겠지 뭐“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범주화 과정은 물 흐르듯이 경계를 뛰어넘기도 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스포츠팀을 응원할 때입니다. 국내 리그에서는 서로 죽일 듯이 싸우던 팬들은 국가 대항전에서는 동지가 됩니다. 서로 앙숙이던 국가의 스포츠팬들이 대륙 대항전을 하게 된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질 것입니다. 만약 행성 간 대항전이 있다면 전 세계가 하나가 될지도 모릅니다. 확실한 외집단이 생길 테니까요.
편견, 선입견, 범주화가 부지불식간에 우리에게 인스톨되어 우리를 강하게 지배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깨어지는 것 역시 생각보다 간단할 때도 있습니다.
특정 피부색의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던 사람이, 예를 들어 보라색 피부색을 가진 이들은 사납다고 믿고 있던 사람이 보라색 나라를 여행하다가 친절한 보라색 사람을 한 명 만나면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때가 내가 보라색 나라의 보라색 사람에 대해서 갖고 있던 편견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내용의 글을 심심치 않게 봅니다. 자신이 갖고 있던 잘못된 생각이 하나의 반례로 깨어지는 것이지요. 물론 그것 하나로 어떤 이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시작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깨달음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경계선에 놓이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두 집단의 경계에 놓여져 상대 집단에 속해 있는 개인과 접할 기회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조금 알게 되면 편견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두 집단이 서로 혐오하더라도 두 집단에 속한 두 개인이 서로를 알게 되면 서로를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편 가르기가 일상이 된 현대 사회에서 조금이나마 혐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어쩌면 하나의 반례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조성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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