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지향성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내가 스스로 뭘 원하는가를 묻기보다는 남들이 뭘 원하는가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경향을 말합니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비교적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을 때도 많죠.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에는 거의 무한대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부족한 것은 우리가 가진 자원입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야 많지요. 집, 차, 여행 상품, 그 모든 것의 가격 범위는 엄청나게 넓습니다. 어떤 것을 선택할 때, 그리고 반드시 선택해야만 할 때 우리는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기도 하지만, 남들은 뭘 좋아하지를 생각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격언이 하나 있지요. 내가 좋아하는 집 말고 남들이 좋아하는 집을 사야 투자에 성공한다는 말입니다.
내가 좋다고 보는 집보다 남들이 다 좋다고 보는 집을 사야 된다는 것이지요. 부동산 시장은 비교적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이 벌어지는 곳입니다. 그래서 경쟁이 격화되면 가격이 오릅니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좋게 평가하는 곳은 천정부지로 가격이 오릅니다. 그와 같은 물건을 공산품처럼 찍어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입지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입지는 변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어디가 어디보다 상대적으로 좋다, 나쁘다는 방식을 평가됩니다. 남들이 다 좋다고 생각하는 입지의 지위는 변화하지 않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보면 우리가 가진 타인 지향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그러나 부동산 외에도 우리는 타인 지향성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베스트셀러들은 물론 좋은 책이라서 팔리지만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에 팔리기도 한다고 하지요. 서점이야말로 무한대 선택지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의 숫자는 명확히 한정되어 있지만, 우리는 그중의 극히 일부도 검토해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표지가 예쁜지, 서평이 좋은지,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학자가 추천의 글을 썼는지, 그리고 남들이 좋다고 생각하는지가 책을 평가하는 기준이 됩니다. 그래서 서점에 가보면 분야별 베스트셀러를 전시해 두는 공간이 가장 눈에 잘 띄는 것에 있습니다. 음악도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챠트라는 것은 결국 얼마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지를 순서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고 듣고자 하는 음악을 고를 때 우리는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한 번 들어보는 것으로 그 시작을 할 때가 더러 있습니다. 그래서 OO Top 100 챠트 이런 것들이 만들어지는 것이겠지요. 많은 이들이 듣는 음악이라면 대중적 기호에 부합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나에게 확고한 취향이 있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이런 음악을 들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낮을 것입니다.
남들과 비슷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중간만 가면 된다는 말이 우리 사회의 불변의 진리인 것도 남들과 비슷한 결정을 하면 특출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은 최고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최악은 면하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리고 둘 중 무엇이 더 강하냐고 한다면, 손실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그래서 100만 원을 잃으면 200만 원 정도는 벌어야 손실로 인해 발생한 고통이 사라진다고 하기도 하지요. 손실은 이득보다 2배 더 아프기 때문입니다. 이런 본능이 우리를 대세에 따르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것은 안정한 방법입니다.
한편 언제나 남들, 더 정확하게는 다수가 원하는 것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맞출 수만은 없습니다.
장기간 이런 결정이 지속되다 보면 내 스스로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지며 공허함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중년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인생이 공허하다는 느낌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일 것입니다. 너무나 바쁘게 일에 치이면서 살다 보니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곰곰이 숙고해 보기보다는 대세에 따르는 안전한 옵션을 취하게 될 때가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내 인생에 내가 원하는 것보다 남들이 원한다고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채워져 가겠죠. 그리고 어느 순간 이 모든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테니까요. 인생의 여러 것들 중 어느 정도는 안전 지향적으로 살아가는 게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끔은, 혹은 일부는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해볼 때도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공허함 방지용 정도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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