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RayShines 2025. 9.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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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없던 시절에는 대부분의 것들이 사적인 것이었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것들이 공적인 것이 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사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사생활을 따로 보호할 이유조차 없었습니다.

내 사생활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없었고, 내 사생활을 알릴 방법도 없었으니까요. 그냥 자기 삶을 살면 그것으로 끝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가 됐습니다. 나도 모르게 나의 개인적인 정보가 정보의 바다에서 떠돌고 있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남긴 나의 디지털 행적들이 내 꼬리표가 되기도 하니 말입니다.

 

 

 

영화 배우 윌 스미스가 그런 말을 하더군요. 예전에는 멍청한 짓을 해도 그냥 혼자 사적으로 했는데, 이제는 멍청한 적을 공적으로 한다고요.

그 말을 듣고 제가 매우 공감을 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좋은 일이 있든, 안 좋은 행동을 하든 그것이 남들에게 알려질 수 있는 채널이 거의 없었습니다. 동네에 소문이 나는 것 정도였지요. 그런데 이제는 그 모든 것이 SNS를 통해서 다 알려집니다. 그리고 우리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언행을 SNS에 전시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럴 수도 있고, 또 사람들의 관심 자체가 돈이 되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제 우리의 가장 사적인 영역을 우리는 공적 공간에 게시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된 것 같습니다.

 

 

 

인간에게는 과시하고자 하는 욕망이 어느 정도는 숨어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자랑하고 싶은 마음, 그보다 더 엄밀히는 누군가보다 더 나은 것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이것을 적당한 방식으로 적당하게 드러내는 것이야 나쁘지 않겠으나 그 적당한 수위를 찾는 것이 어렵습니다. 만약 그저 친한 친구 한두 명 앞에서 내가 새로 산 무엇인가를 자랑할 때는 그 친구 두 명의 성품만 고려하면 됩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1대1 상호작용에 가까우니 친구 중 한 명의 표정이 안 좋으면 그때 다시 수위를 조절해도 됩니다. 그런데 SNS를 통한 과시는 이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누가 어디로 어떻게 퍼나를지를 알 수 없으니 수위나 범위 조절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내가 올린 내용에 대해 매우 많은 사람들이 본다면 - 불행인지 다행인지 - 그들 중 누가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역시 전혀 통제할 수 없습니다. 같은 것을 보고도 어떤 이들은 아무 느낌이 없는 반면, 어떤 이들은 매우 과도할 정도로 불편감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없기 때문에 포스팅을 고치기도 어렵습니다. 한 번 올라가면 그것으로 끝이지요. 내가 수정한다고 해도 이미 어디엔가로 배달되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매우 개인적인 것들, 매우 사적인 것들은 가상의 공적 공간에 계속 흘려보냅니다. 제가 쓰고 있는 이 글들도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 일기장에 적어도 될 내용을 굳이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것에는 읽혔으면 하는 욕구가 있음을 부정할 수가 없지요. 이런 속성들이 우리의 사생활과 공적 생활의 경계를 지워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적 공간에 저장된 사적 생활이 원래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는 것이 특정 인물의 과거 행적을 추적하여 그 사람에게 사적 제재를 가하는 데 사용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른바 조리돌림이라고 하는 것들 말입니다. 누구나 디지털 생활을 하다 보면 부스러기를 남기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실수를 하고, 실언을 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언행을 하게 됩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기억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기분에 따라 평소 생각과 다른 말을 하기도 하고, 일탈 행동을 하기도 하며, 술에 취해서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과거에는 그냥 사라질 수 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습니다. 삭제되지 않고 어디엔가 계속 남아 있다가 어느 순간 다시 살아나 재생됩니다. 나는 더 이상 기억도 나지 않는 일들, 내가 했는지도 모르는 말들이지만 DB는 모두 저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우리의 말을 과거에 귀속시키고, 우리는 현재와 미래를 구속시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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