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나쁜 감정은 모두 나쁠까요? | 좋은 게 좋은 것이다.

RayShines 2025. 9.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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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감정은 정말 우리의 인생을 비참하고 보잘것없는 것으로 만드는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쁜 감정도 우리에게 뭔가 쓸모 있는 정보를 줄 때가 있으니까요.

 

 

 

현대 사회에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믿음, 혹은 미신 중 하나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모든 것이 다 좋아지고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긍정적인 생각이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물론 맞는 말입니다. 늘 얼굴을 찌푸리고 사물이나 사건의 안 좋은 면만 보며 머리 위에 먹구름을 달고 다니는 것이 좋은 건 절대 아닐 테니까요. 하지만 무한 긍정주의는 자칫 사회나 시스템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게 되는 나쁜 결과를 낳게 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바꾸면 되는데, 왜 그렇게 불평을 해”, “모는 것은 어떻게 보느냐에 달렸어, 그러니까 좋은 것을 못 보는 것은 니 잘못이야”라는 식으로 피할 수 없는 불행을 개인의 역량 부족의 탓으로 돌리게 하는 아주 좋은 핑곗거리가 된다는 말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긍정이라는 의미를 무조건적이고 무분별한 낙관과 혼동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긍정이라는 말에는 수용한다는 의미가 들어있습니다. 자신의 문제나 약점이나 부족함조차도 수용함으로써 긍정하고, 나아질 부분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긍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무한정의 낙관과 혼동하면서 자신에 대한 깊은 천착 없이 그저 “다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하거나, 피해 혹은 부정적 결과, 혹은 재난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조차 “올 이즈 웰”을 외치는 것이 과연 온당한 태도일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무분별한 낙관은 무분별한 비관만큼이나 안 좋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긍정성은 무조건 좋고, 부정성은 무조건 나쁘다는 강력한 믿음이 있으며 그로 인해 부정적 감정 자체를 우리의 삶에서 밀어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감정을 아예 느끼지 말라는 명령을 하거나, 그런 감정은 아예 느껴선 안된다는 터부로까지 이어지면서 말입니다. 이 전략이 통하면 좋겠지만, 인간의 감정의 태생적으로 자연발생적이며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일이 있으면 이런 감정이 느껴질 줄 알았는데 막상 그런 일이 일어나고 나니 전혀 다른 감정이 느껴지는 그런 경험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감정에 어떤 교과서적인 룰이 있고 그 규칙에 맞춰 우리의 감정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꽤나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긍정적 감정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시점에 부정적 감정이 일어나면 우리는 그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무력감을 느끼고, 자괴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왜 난 이런 좋은 일에서조차 이런 안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하면서 자책하는 것입니다. 이것들은 무한 긍정주의의 어두운 이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명히 존재하는 것을 없다고 생각하면서 치러야 하는 대가인 것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척결이나 제거의 대상은 아닙니다.

물론 부정적 감정을 느끼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누가 슬프고 싶으며, 누가 실망을 하고 싶겠습니까. 어느 누가 절친한 친구에게 질투를 느끼고, 친구의 불행에 남몰래 웃고 싶겠습니까. 누구도 그건 원치 않습니다. 적어도 우리의 머리로는 말입니다. 그러나 감정은 언제든 일어나서 폭풍처럼 우리를 휩쓸고 지나갑니다. 우리가 통제하지 못하는 감정이 발생하는 것이 우리의 무능함 때문은 아닙니다. 화학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 인간의 잘못이 아니듯 말입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당연히 맞는 말이지요. 그러나 좋은 것만 좋은 것은 아닙니다. 나쁜 것도 다 나쁜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안 좋은 감정들이 우리에게 뭔가를 경고하거나, 우리를 뭔가에 대비하게 해 준다면 그것을 무시하는 것이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가감 없이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라는 말이 그 감정을 여과 없이 폭력적, 공격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어떤 감정이든, 설령 그것이 사랑이라고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용인 가능한 방식으로 표현되었을 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배우자가 있는 두 사람의 관계를 불륜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것 때문일 것입니다. 항상 우리는 우리가 사회 속에서 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며,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안 좋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누군가가 그것을 받아들여줘야 한다는 것 역시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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