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에서보다 더 말을 아끼고 조심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RayShines 2025. 9.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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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둘 다 우리의 생활공간이라고 봐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오프라인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오프라인에서는 사라지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인터넷이 생겼을 때는 그저 신기한 것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없어졌지만 여러 채팅창에서 먼 나라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보이스채팅을 하기도 하고 했었습니다. 속도도 느렸지만, 플랫폼들도 지금처럼 저변이 넓지 않았고, 정말 하드 유저들만 쓰는 프로그램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지만 그때는 반드시 컴퓨터 앞에 앉아야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고, 인터넷과 현실 세계 사이의 경계가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언제든 접속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마음을 먹고 자리를 잡아야 가능했으니까요. 분명히 스마트폰은 우리의 삶의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아무 데서나, 언제든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접속의 빈도를 높인 것에 그치지 않고 인터넷 스페이스와 우리의 현실 사이의 물리적, 시간적, 감정적 경계를 완전히 지워버렸습니다. 그래서 둘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유명무실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둘 사이에 전혀 차이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생각보다 해를 끼치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많은 범죄와 폭력 행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그것이 사회 전체를 해체할 정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어떻게 인간들이 이렇게 서로를 해치지 않고 지내느냐, 어떻게 폭력성을 이 정도까지 조절하고 살아갈 수 있느냐가 더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학자들도 많으니까요. 우리는 누군가를 마주한 상태에서 욕설을 하거나, 그 사람의 단점을 대놓고 지적하거나, 비난을 하거나, 치부를 드러내거나, 무례한 말을 쏟아내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반응이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눈을 보면서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무례한 일이라는 것을 머리로도 알고, 감정적으로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약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한다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음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하게 됩니다. 또한 이런 행동들을 했을 때 나의 사회적 평판이 땅에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더 조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원칙들이 온라인에서는 깡그리 무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폭기 조종사들이 아무렇지 않게 거주지에 폭탄을 떨어뜨릴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피해자들과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사람들의 눈을 보고 있다면 그렇게 하기 매우 어렵겠죠. 자신이 버튼을 누르면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자신처럼 이야기하고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는 대상이라는 것을 안다면 말입니다. 그런데 내가 한 행위와 그 결과가 실제로 발생하는 장소 사이에 거리가 매우 크면 우리는 그 사실을 잊게 됩니다. 또는 무시하게 됩니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합니다. 서로 일면식이 없는 사람에게 욕설을 하며 비난하고, 그들의 무능함과 치부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과거 행적을 모두 파헤쳐 사회적 평판을 훼손하려고 하는 일이 매우 흔하게 벌어집니다. 당사자가 눈앞에 앉아 있다면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실재하는 두 존재는 디스플레이를 두 개 거치면서는 마치 없는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한 생명이 아니라 그저 분노와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합니다.

 

 

 

우리는 오프라인에서는 말을 조심하고 아낍니다. 이 말을 했을 때 상대방에게 일어나는 감정 변화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혹은 느껴질까 봐 조심합니다. 그게 서로 예의니까요. 그리고 그게 성인으로서 서로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라는 게 상식이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마구 말을 하고, 생각 없이 말을 내뱉기도 하고, 하지 않아도 될 말, 하지 않아야 되는 말까지 마구 타이핑한 뒤 보내기 버튼을 눌러버립니다. 그 채팅방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익명이라 그 익명 뒤에 있는 이들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고, 제3자를 비방하며 험담을 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요. 표현의 자유는 우리에게 보장된 것이지만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역시 우리가 지켜야 할 의무 중 하나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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