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은 1974년 독일의 허버트 프로이덴버거가 처음 만든 용어입니다. 현대인들의 어려움을 참 잘 표현한 말이지요.
번아웃, burnout, 완전히 타버렸다는 말은 그 뜻을 찾아보지 않아도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인 표현입니다.
이 말은 1974년 독일의 심리학자인 허버트 프로이덴버거가 업무와 관련된 스트레스로 인해 직장인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총칭하기 위해 고안해 냈습니다. 번아웃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여 두통, 수면장애, 활력 부족, 근육통, 복통, 좌절감, 짜증, 분노, 슬픔, 비관주의, 억울함, 무관심과 냉담함, 우울증 등 온갖 것들이 다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증상이 다양하다는 것은 정확히 어떤 하나의 병으로 규정될 수 있다기보다는 어떤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과거에도 번아웃되었던 사람들, 그러니까 수렵 채집인들에게도 번아웃이 있었을까요. 아마 아닐 것 같습니다.
물론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생존하기 어렵고, 일찍 사망하는 경우도 많았고, 질병에 대한 대책도 훨씬 미비했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느끼는 형태의 스트레스는 아마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현대인들의 스트레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것이 매우 만성적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사냥을 하고 채집을 하러 다니던 시절에는 매우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활동을 할 때에만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키면 됐습니다. 그리고 거주지로 돌아오면 모닥불을 앞에 앉아 어느 정도 긴장을 풀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때 살아보진 않았지만 말입니다. 다시 말해 이때의 스트레스는 비교적 단기적인 스트레스에 속했으며, 스트레스 요인이 사라지고 나면 다시 평상시로 돌아갈 수 있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사냥이나 채집 등 생존에 필수적인 활동의 수행능력을 높여주는 긍정적 효과가 더 컸을 것입니다. 그런데 산업화 이후에는 이 양태가 달라졌습니다. 스트레스는 지속됩니다. 스트레스 요인은 제거되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다층적으로,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그중 몇 개가 사라지더라도 새로운 몇 개가 새롭게 나타나며 항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태가 유지됩니다. 그래서 몇 개월, 몇 년 동안 스트레스가 지속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소진됩니다. 모두 타버리고 남은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 됩니다. 번아웃되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말들을 쉽게, 흔히들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것이 가능하다면 누가 스트레스를 받을까요.
스트레스는 피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어디서든 있고, 언제든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왜 받느냐, 마음을 바꿔라는 말을 듣는 것 그 자체가 하나의 스트레스가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 말인즉슨 스트레스를 스스로 해소하지 못하는 무능한 인간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 걸로 스트레스를 받아?” 이 말에는 “(바보같이)”라는 말이 숨어 있습니다. 공감과 격려가 아니라 비난과 힐책입니다. “넌 스트레스도 해소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인간이야?”라고 추궁하는 것처럼 들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으니까요.
그리고 스트레스를 피하려고 하다 보면 회피적인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세상에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의무에 해당하는 것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 것을 다 피한다고 하면 결국 장기적으로는 내 삶에 좋지 않을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이를 적절히 해소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확보해 두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명상을 하는 사람도 있고, 책을 읽는 사람, 음악을 듣는 사람, 여러 동호회 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활동이든 몰입할 수 있고, 재충전되는 느낌이 난다면 무관할 것입니다. 물론 자신이나 타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위해를 가하는 활동은 여기 해당되어선 안됩니다. 그 어떤 즐거움도 자타해를 정당화하진 못하니까요. 우리는 누구나 자신을 아낄 필요가 있습니다. 완전히 타버려 모든 것이 소진되기 전에 자신을 다시 채워 넣어야, 다시 또 나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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