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적당히 기대하고, 적당히 실망하기

RayShines 2025. 9.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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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는 우리에게 힘을 주기도 하지만, 우리를 절망하게도 합니다. 특히 어떤 사람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갖길 기대하는 것은 더욱 그렇습니다. 

 

 

 

기대, 그 자체는 좋고 나쁘고 한 것 같지 않습니다. 뭔가가 일어나길 바란다는 것은 그저 중립적인 것일 수 있으니까요.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일어나길 바라는 것이 어떤 일이냐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좋은 일을 기대합니다. 물론 우리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누군가에게 적당한 수준의 불운이 닥치길 기대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우리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면, 그것은 대부분 좋은 일일 것입니다. 그저 기대는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지만,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우리를 한껏 들뜨게 합니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도파민입니다.

 

 

 

도파민은 아시다시피 우리의 즐거움에 관여하는 신경 전달 물질입니다. 그리고 기대에도 관여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움직임에도 관여하는 등 광범위한 작용을 합니다. 그리고 도파민은 우리의 기대에 아주 깊이 관여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기대했던 뭔가가 실제로 이루어지면 우리의 뇌에서 도파민이 쏟아져 나옵니다. 도파민 홍수는 우리에게 강력한 만족감과 보상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리고 우리의 뇌는 이 관계를 학습합니다. 가령 그 사건이 A라고 해보겠습니다. A를 기대하고 있다가 실제로 A가 일어났을 때를 우리는 기억하고, 그 다음번에는 A를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A가 실제로 일어났을 때보다 더 많은 도파민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런데 이다음이 문제입니다. A가 일어나리라 기대하고 우리 뇌는 이를 한껏 기대하며 도파민을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A가 일어나지 않으면 우리의 도파민 분비는 평소 기준선보다 더 아래로 떨어집니다. 이는 우리를 크게 낙담시킵니다. 날아오를 대로 날아올랐다가 추락하는 이카루스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아마 가장 많이 기대하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나에 대한 누군가의 행동일 것입니다.

기념일이나 생일 등이 다가오면 우리는 누군가 나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하리라 기대합니다. 꼭 그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사람도 그렇게 하리라 기대합니다. 이는 우리의 뇌에서 도파민이 쏟아져 나오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대를 하는 것만으로도 설렙니다. 여행을 가기 전에 설레는 것도 그런 마음일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중요한 날이 되었는데 기다리고 기다렸던 사건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때 우리 뇌의 도파민 분비는 평소의 그냥 잔잔하던 수준보다 더 아래로 떨어집니다. 이는 우리의 동기를 사라지게 만들고, 보상감과 만족감은커녕 우울한 기분마저 느끼게 합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우리는 이를 설명하려고 합니다. 이는 벌어진 일,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감정을 인지적 과정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입니다. 아니면 화가 난 마음을 상대방에게 가감 없이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이는 보다 직접적인 해결 방식입니다.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들어냄으로써 해소를 꾀하는 것이지요. 아니면 제3자에게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고 넘기려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내 감정을 당사자에게 그대로 드러냈을 때에 발생할 결과가 우려되어 무관한 누군가에게 상황을 털어놓음으로써 마음의 짐을 덜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혼자 삭이며 술을 한 잔 마시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정말 건강하게는 운동을 해서 풀 수도 있겠지요. 운동을 하면 도파민이 나오니까요.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기대를 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위의 모든 과정은 필요가 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에게 마음, 그러니까 감정을 바라는 것, 더 나아가 특정한 감정을 가지도록 강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차라리 물질을 바라는 것이 더 쉽고 간편할지도 모릅니다. 어른이 되고 철이 들면 세상이 재미가 없어진다고 하지요. 이는 아마 더 이상 누구에겐가 기대를 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는 말이 헛헛하면서도 공감 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일 것입니다. 세상을 살며 우리는 서서히 기대는 좋은 것이지만, 너무 큰 기대는 위험하다는 것을 배워나갑니다. 그래서 기대하지 않으려 스스로를 단속합니다. 슬픈 일이지만 말입니다. 기대를 하지 말자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너무 큰 것을 바라는 것은 나를 너무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 적당히만 기대하고 적당히만 실망하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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