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여행은 우리의 삶에서 일상을 지워내줍니다.

RayShines 2025. 10. 1. 07:00
반응형

여행을 할 때는 일상의 근심이 사라지는 느낌이 납니다. 그래서 아마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거겠죠.

 

 

 

아무리 그렇지 않으려고 해도 일상은 너저분할 때가 많습니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고, 꼭 해야 하는 일들 중 상당수는 거의 아무런 보상도 없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해도 했는지 거의 티가 나지 않는 일들도 많습니다. 집안일들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안 하면 반드시 티가 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곧 예전으로 돌아가버려 허탈함을 줍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은 삶에 대해 싫증과 회의를 느끼게끔 합니다. 이 모든 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니까요. 눈에 보이는 저것을 치워야 하지만, 치우고 나도 곧 또다시 어질러질 것이라면 왜 치워야 하나 하는 의심을 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래서 아마 우리는 여행이라는 것을 하게 되나 봅니다.

 

 

 

여행에는 일상의 너저분함이나 사소한 근심이 없습니다.

일상적인 짐이 없는 그런 삶은 누구나 꿈꾸는 삶이지요. 청소, 요리, 설거지, 빨래 같은 일상에서의 짐스러운 활동들은 우리에게 보상은 적지만 노력은 많이 들어가는 가성비가 매우 떨어지는 일들입니다. 그런데 여행을 가면 이런 일들을 덜 해도 됩니다. 마음만 먹으면 전혀 안 해도 됩니다. 돈을 좀 쓰더라도 말입니다. 일상에서 그런 데 돈을 너무 많이 쓰면 아깝지만, 여행에 가면 “더 좋은 것을 보고, 더 좋은 것을 먹기 위해” 그 정도의 희생은 감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언제 여기 오겠어”라는 일종의 절박함은 우리가 더 과감한 결정을 내리게 합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풍경이 좋은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건강에 썩 좋아 보이지 않는 달콤함 빵이나 케이크를 먹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행을 가면 아침에 부지런히 일어나 좋은 카페를 검색하고 멀리까지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그것을 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일상의 흔적을 지워나가면서 우리는 뭔가 홀가분함을 느낍니다. “이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하고, OO에 들른 뒤에, OO에서 점심을 먹으면 되겠다”는 비일상적인 계획은 우리가 우리의 삶을 일상으로서 소모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 “내가 내 삶을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살아나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이 기분이 참 좋죠. 그리고 내일도 이런 날이 하루 더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면 행복감이 더 커집니다. “내일도 난 일상이 아니라 특별한 하루를 살겠구나”하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어떤 사건 자체보다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은 기대입니다. 기대를 할 때 우리는 가장 설레니까요. 여행은 준비부터 그 한가운데 있는 동안 내내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처음 가보는 곳, 처음 먹는 것, 처음 눕는 침대, 처음 쏟아지는 샤워기의 물줄기, 모든 것이 처음인지라 우리는 그 새로움들에 정신을 못 차리고 행복해합니다. 우리는 그 행복감과 기대감의 담요로 일상을 덮어버리고 그 시간을 만끽하겠다 마음먹습니다. 이것이 여행의 즐거움이고 힘이겠지요.

 

 

 

안정적 일상은 삶을 유지하는 정말 중요한 기둥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일상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삶입니다.

가끔은 현실과 거리를 두고, 환상과 현실의 중간 지역 정도에서 며칠을 보내며 행복한 착각을 해볼 필요도 있겠지요. 물론 현실로 돌아올 때는 엄청난 괴리감에 몸부림쳐야 하겠지만, 다만 며칠이라도 나의 일상을 곁눈질로 흘겨보며 마음껏 폄하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좋은 게 아닐까요. 인생이 늘 행복할 수는 없지만, 가끔은 행복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행복을 맘껏 추구할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는다고 행복이 나에게로 찾아와 주는 것은 아니니까요. 낯선 곳에 가서 낯선 말과 소리를 듣고 낯선 것을 먹으며 낯선 이불속에서 잠이 드는 것이 행복이라면 그 정도의 행복은 누구나 찾아볼 자격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가끔은 행복하시길 빕니다. 그리고 불행한 일이 닥쳐오더라도 의연하게 이겨내시길 빕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