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삶의 균형 | 더 와이어 지미 맥널티 | 씰 팀 제이슨 헤이즈 | 워라벨

RayShines 2025. 9.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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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균형을 찾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것이 가능할 때 신체적, 정신적 건강도 이룰 수 있고, 반대로 건강해야 균형을 찾을 수 있기도 합니다.

 

 

 

드라마 중 마스터피스로 꼽히는 “더 와이어”를 보면 지미 맥널티라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그는 알코올 중독자에 바람둥이입니다. 그는 살인 같은 강력 범죄를 다루는 부서에서 근무하며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하며, 폭력적인 환경에 계속해서 노출되니다. 그럴수록 그는 더 술을 많이 마시고, 무분별한 관계도 많이 갖습니다. 직업적 생활이 정돈되지 않으니 개인적인 삶도 같이 무너집니다. 그런데 그가 어떤 계기로 순찰 담당 부서로 옮겨지며 매우 규칙적인 삶을 살게 됩니다. 지루하고 따분한 삶입니다. 그런데 그 이후 그는 술을 끊고, 바람도 피우지 않습니다. 균형 잡힌 삶을 살게 됩니다.

 

 

 

또 다른 드라마인 “씰 팀”에 등장하는 브라보팀의 리더인 제이슨 헤이즈가 비슷합니다.

그는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전 세계의 위험 지역을 누비며 특수 작전을 펼쳐온 데브그루의 최정예 요원입니다. 정교하게 조직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그의 일입니다. 당연히 그가 폭력을 집행하는 대상들도 동일한 전략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그는 엄청난 폭력에 노출됩니다. 예측할 수 있는 폭력은 전장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서로 가능하면 상대방이 예측하지 못한 폭력을 가하려고 최대치의 노력을 합니다. 따라서 그의 삶은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합니다. 극단적인 불확실성, 혼란, 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던 그는 당연히 삶의 균형을 잃습니다. 집으로 돌아와도 다시 전쟁터로 나가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전우애라는 말로 포장되어있긴 하지만 어쩌면 전장에서 느껴지는 스릴, 아드레날린, 도파민에 완전히 잠식당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어떤 계기로 지상 근무를 하는 한직으로 물러나게 되자 그에게 변화가 발생합니다.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가족들과도 시간을 보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나가게 되며 그의 삶에도 균형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해외에서도 지루한 임무를 맡게 되며 그 균형이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측 못했던 일이 발생하며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전, 혹은 폭력을 수행해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그는 적을 제압하는 과정 중에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봅니다.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단검으로 상대의 목에 찔러 넣고 있는 자신의 눈을 스스로 바라보며 자신이 다시 예전의 자신, 폭력 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두 손에 피가 묻어 있는 환영을 보며 과거의 자신에 대해 혐오를 느낍니다.

 

 

 

이 두 인물을 보면 인간의 삶에 있어 직업이라는 것, 그리고 직업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환경에 놓여지는지가 우리의 삶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깊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는 살기 위해서 일합니다. 일하기 위해 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제이슨 헤이즈가 밥먹듯이 이야기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브라보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살기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일하기 위해서 삽니다. 주객이 바뀐 것입니다. 수단이 되어야 할 것이 목적이 되니, 원래 목적이 되어야 할 것, 즉 개인적 삶의 안정성과 행복, 을 희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에 헌신하고, 동료들의 안전을 지킨다는 대의는 숭고한 것이지만, 그 사이에서 그의 삶은 날카로운 파열음을 냅니다.

 

 

 

워라벨이라는 말은 참 좋은 말이긴 합니다. 밸런스를 지킨다는 것만큼 좋은 말이 어디 있을까요.

그렇지만 우리는 이 말이 정말 신기루 같은 말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이게 보편적으로 성취 가능한 목표라면 저런 말이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을 테니까요. 균형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직장의 스트레스가 퇴근 후에도 이어지고, 가정 내의 불화가 직장에서의 수행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니까요. 어디서 어떻게 균형을 찾을 수 있는지는 각자의 몫이겠으나 아마도 우리의 삶에서 불확실성은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추상적인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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