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문화와 동양 문화의 차이를 지형에서 찾기도 합니다. 그리스는 좁고 깊은 틈 위주이고, 중국은 넓은 평야 위주라는 것이지요.
그리스는 가파른 해안이 많고, 그 사이사이에 깊은 틈이 많은 지형입니다. 넓은 평야보다는 좁다란 땅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규모 인력이 모여 대규모의 농경을 영위함으로써 삶을 유지하는 집단적 삶보다는 어업, 올리브 오일 생산, 무역 등 개인 규모의 생업이 많았다고 하네요. 이에 대해서 한 학자는 “그리스에서 세상을 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립이었다”라고 말합니다. 그리스가 도시 국가로 이루어져 있던 것도 이런 이유였을 것 같습니다. 한 명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개인들이 개인적인 삶을 살며 이루어진 작은 조직들이 작은 규모를 유지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문화는 개인주의의 시작이 됐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자신을 상대로 싸우는 올림픽을 만들고, 자기 자신에 초점을 너무 맞춘 나머지 나르시스의 이야기에서 감당할 수 없는 자기애를 경고해야만 했다”라고 할 정도로 말입니다. 이들의 신화 역시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은 한 개인으로서 존재합니다. 이 영웅들은 악, 혹은 끔찍한 상대와 싸워 승리합니다. 이 아이디어는 한 명의 개인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개인주의 선전 드라마에 가깝지요.
반면 중국은 끝없이 펼쳐진 평야로 구성된 곳이었습니다.
여기서 개인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개인적 자립이 아니라 집단적 협력이었습니다. 마을 전체의 인구가 모두 협력하여 물을 대고, 열심히 일구면 쌀 수확량을 늘릴 수 있고, 이것은 개인의 생존 가능성을 압도적으로 높였을 것입니다. 중국에서 개인의 성공은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집단의 성공에 달려있었습니다. 중국에서는 홀로 높이 나르는 사람보다 좋은 팀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인 생존 전략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집단적 통제가 이상적이라는 사상으로 이어졌습니다. 동양 문화권의 신화도 이것과 궤를 함께 합니다. 동양의 주인공들은 영웅이라기보다 공동체에 봉사하는 이들입니다. 더 크게는 희생하는 사람이 영웅이 됩니다. 전체를 위해 희생하는 누군가가 가족, 공동체, 국가를 보호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대의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것에 거부감이 크지 않습니다. 그리스 신화적 입장에서 보자면 이상한 일이지요.
어느 문화가 더 좋다, 나쁘다는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상황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런 의견도 있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개인주의는 사회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것을 혐오합니다. 사회는 개인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권한을 누군가에게 위탁하자는 계약이라는 것이 개인주의적 입장입니다. 개인이 없으면 사회도 없는 것인데, 왜 사회를 위해서 개인이 희생을 해야 하느냐는 주장이지요. 각 개인은 누구나 고유한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개인이 사회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개인을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은 그저 자신이 이런 사람이라고 선언하고 나면, 사회는 선언을 한 개인의 특질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그게 사회의 역할이니까요. 반면 집산주의는 그 정반대입니다. 개인이 모여서 사회가 구성된 것은 맞지만, 사회가 없으면 개인은 생존할 수 없다고 믿습니다. 사회를 유지하지 못하면 대다수가 생존할 수 없지만, 소수가 희생하면 전체가 생존할 수 있다, 따라서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은 매우 정당하다고 주장합니다. 개인은 나를 받아들여달라고 일방적으로 선언할 수 없습니다. 사회적 구조와 특질을 유지하는 것이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따라서 개인은 사회적 규준에 자신을 맞춰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말처럼 부정적 피드백과 비난을 받게 됩니다. 집단의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퇴출, 혹은 추방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생존 가능성은 0에 수렴합니다. 현재에는 예전보다 공동체의 구속이 훨씬 더 느슨해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물리적 여건에 크게 구속받지 않으며, 생존 자체는 삶의 함수에 있어 가장 큰 요인은 아닙니다. 소통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생존에 필요한 것들도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개인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혼자 살기 어렵습니다. 사회가 있어야만 생존 가능한지는 긴가민가하지만, 분명 사회는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 개인주의적 선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내가 개인으로서 중요한 만큼 타인도 그러하다는 배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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