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활동하는 아이돌들을 보면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존경스러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모든 시대를 통틀어 아이돌들은 멋지고 아름다운 선망의 대상이었음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셈법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예전의 연예인들은 지금과는 약간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장소에 모여서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고, 그들의 재능을 높이 산 누군가가 그들을 픽업해서 데뷔하며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그런 경우들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시절의 스타들은 다들 같은 곳에서 춤추고 노래를 부르던 다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재능을 가진 이들과 재능은 없더라도 재능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는 일종의 포커스 그룹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레벨 - 사실 최고 수준 - 이 아니면 진입을 할 수조차 없는 스테이지가 있어서 데뷔 이전에 이미 일종의 퀄리파잉이 끝난 상태였다고 할까요. 이들은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 뿐이지 이미 그들의 리그에서는 스타였던 이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방송은 그들의 재능을 전국에서 확인하는 과정인 것 같고요.
지금의 아이돌은 철저한 기획의 결과물인 것 같습니다. 이들에게 압도적인 재능이 있는 것은 예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것이 외모이든, 춤이나 노래 같은 기능적 요소이든 일반적 인구와는 비견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일종의 자생적 노력에 의해 자신의 재능을 갈고닦았다면 이제는 그런 식으로 아이돌로 데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여러 대중의 취향을 동시에 만족시키려면 솔로가 아니라 팀을 이뤄 무대에 올라야 합니다. 팀을 만드는 것은 개인의 힘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요. 특히 요즘처럼 아이돌을 준비하는 시점이 빨라진다면 그것은 완전히 불가능합니다. 초등학생이 팀을 꾸려서 춤과 노래를 연습하고 데뷔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설계도를 가진 누군가가 있지 않으면 그것은 불가능하지요. 따라서 기획에 따라 특정한 방향으로 아이돌을 육성하는 시스템이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엄청난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아이들을 철저한 계획에 따라 교육시킨다는 것은 양육일 수도 있겠지만, 많은 제한이 따를 것임이 분명합니다. 한창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많을 나이에, 또 빈둥거리는 것이 권리일 수 있는 유일한 시기를 혹독한 훈련 과정을 거치며 어른보다 더 바쁘게 사는 것이 온당할까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 이들을 보면 예쁘다, 멋지다, 기특하다,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동시에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규율을 갖고 사는 것은 정말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운동을 하고, 공부를 하고, 연습을 하고, 식이를 제한하고, 또 불특정 다수들 앞에서 늘 웃는 낯을 하기 위해 감정을 조절하고 조절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큰돈을 버니까 그럴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사실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모든 고통과 괴로움이 정당화될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큰돈을 주면 우리도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자신의 개인적인 삶을 포기하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큰 희생이자 거래니까요.
먹고 싶고, 자고 싶고, 쉬고 싶고,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기본적이고 사소한 욕구들을 내 마음대로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입니까.
직장 상사의 끔찍한 농담을 듣고도 억지로 웃어야 하는 5분도 견디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인생 전체가 무대이고, 나의 모든 언행이 촬영되고 기록되고 저장되는 것에는 우리의 일반적인 인지 범위를 넘어서는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현대의 아이돌들은 거의 기예에 가까운 일들을 해내고 있는 것일지 모르며, 평생 한 가지 기술을 갈고닦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는 괴팍한 장인의 삶을 10대에 살아내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부분이 아마 제가 이들에게 존경을 느끼는 이유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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