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관조적 관심 Detached Concern | 그저 바라보는 것

RayShines 2025. 11.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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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에게 적극적으로 개입하려고 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그저 관심을 잃지 않고 바라보는 것이 최선일 때도 많습니다. 이른바 관조적 관심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나 아끼는 사람이 어려움을 겪을 때나 그 사람들에게서 단점이 보일 때 우리는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주고 고쳐 주려고 합니다. 그게 그 사람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랑해서 생기는 생각일 테니 이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어려움이나 단점은 우리가 보는 관점에서 어려움이나 단점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그 사람은 그것을 어려움이 아니라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단점이 아니라 개선점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그 사람은 그 어려움이나 단점을 감지할 수조차 없거나 거기서 빠져나오고 싶은 일말의 의지도 갖고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옆에서 아무리 고치라 마라, 나오라 마라 해봤자 달라질 것은 없을 것입니다.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에게 도움은 강요와 억압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저 귀찮고 성가신 일입니다.

 

우리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위의 후자의 경우처럼 군다면 그냥 두면 그만입니다. 사실 애당초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면 그 사람의 뭔가를 고치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들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높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까요. 그렇지만 우리가 너무나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나의 염려와 우려를 번거로운 일로 생각한다고 해서 관계를 끊거나 거리를 두거나 그냥 그런가 보다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사랑을 거두어들일 수는 없으니까요.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가 바로 관조적 관심 detached concern 입니다. 관조는 그냥 지켜보는 것입니다. 영어로는 detached라고 되어 있는데, 이것은 “떨어져 있다” 정도의 의미입니다. 적극적으로 거리를 좁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거리,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정도의, 그러나 너무 멀어서 소원하지는 않은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애정을 갖고 상대방을 관찰하며 관심 가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대상이 생기면 그 사람의 삶으로 적극적으로 침투해 들어가고 싶어 집니다. 소소한 것들에 대해서 알고 싶어지고 일상에 대해서 궁금하고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갖고 있는지 탐구합니다. 처음에는 이런 것들이 다 좋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한 법입니다. 과도한 관심과 침해는 그 경계가 매우 모호하여 나도 모르는 사이 침해를 하고 있으면서 “나는 그저 널 사랑해서 그런 거야”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침해하는 것보다는 거리를 두는 것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며,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관조적 관심일 것입니다.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수용하고, 나에게 맞춰서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 하지만 이것이 냉담이나 소원이 아닌 애정 어린 관심으로 느껴지게끔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말은 쉽지만 사실 어렵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살아왔던 방식이 있고 사고의 방식이 있고 감정의 흐름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고 그런 회로들이 자동화되면 우리는 이것과 어긋나는 것에는 불편함과 위화감을 느끼게 됩니다. “저기서 저런 생각을 한다고? 이해가 안 되네”하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지금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그 사람에게 나도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그 사람이 이상하다고만 여깁니다. 그래서 이런 그런 욕구가 들더라도 한 걸음 떨어져서 다시 한번 내 생각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그런 생각을 한 것에 대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바꾸려 할 것이 아니라, 그저 관조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받아들이려고 하는 편이 훨씬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게 하지 않을까 합니다. 나도 누군가가 나를 억지로 바꾸는 것은 싫습니다. 상대방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이라는 미명으로 상대방의 변화를 강요하는 것은 어떤 경우 폭압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인간은 변화할 수 있고, 외부의 강제에 의해서도 그럴 수 있지만 그것이 진정한 변화는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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